기후&에너지
글로벌 기후정책의 변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해 감축목표를 포함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 개최국인 브라질은 2035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9~67% 감축하고 산림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회원국간 잠정 동의안으로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6~72%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역시 10년내 최고배출시점 대비 7~10% 감축을 약속했다.
이러한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의 근저에는 올해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글로벌 기후정책 변화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2024년까지는 EU 및 미국 주도의 기후정책이 유사한 방향성 하에서 국제사회로 확산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었는데, 올해부터는 각 국가별 정책목표에 따라 분절된 방향성 아래서 각자도생의 경향이 짙어지는 모양새이다.
각국 기후정책, 각자도생 경향 짙어져
EU의 경우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경제구조 전환 정책인 유럽그린딜을 2019년 발표한 후, 2021년 유럽기후법에 정책 목표를 반영하고 ‘핏포(Fit for) 55’라는 이행 정책들을 공개하며 기후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올해 2월 EU 집행위원회가 두가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하나는 청정산업딜로 탄소배출을 감축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정책으로, 에너지다소비산업과 청정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하나는 기업 경쟁력 확보 및 이행력 제고를 위해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옴니버스 패키지다. 기후항목을 포함하고 있는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EU 택소노미, 탄소국경조정(CBAM) 등 기존 규제들을 구조적으로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EU는 장기 지속가능성 중심의 정책에 단기 경제성을 보완함으로서 현실적 균형을 찾으려는 것으로, 탄소중립 이행의 후퇴라기 보다는 산업경쟁력 병행을 위한 합리화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올해 초 트럼프 2기의 출범으로 기존의 청정에너지 중심의 정책 방향을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했는데, 이미 대세가 된 글로벌 청정산업 추이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기존에 수립했던 자국내 탈탄소화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글로벌 청정산업 지배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2024년 기준으로 태양광 모듈 및 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용 배터리, 풍력 터빈 등은 제조 용량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의 70~90%를 장악하고 있다. 이제 태동하는 청정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설비도 60%에 육박한다.
이를 바탕으로 청정산업의 GDP 비중이 무려 10%를 차지하고 개도국 대상 해외직접투자도 2년 전에 비해 약 두 배로 증가해 대외 영향력도 강화되고 있다. 즉, 탈탄소화를 진행하면서 청정산업 육성 및 글로벌 기후리더십의 성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일본도 탄소중립을 향한 민관 협력을 촉진하고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경제전환 채권을 발행하는 등의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 GX)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GX는 10년간 약 150조엔을 발전 제조 소비 인프라 연구개발 등 탈탄소에 투자함으로써 배출감축과 동시에 경쟁력을 제고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글로벌 기후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이미 대세로 굳어진 탄소중립 이행의 과정에서 무역의존도 무기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국의 청정산업 육성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술투자 및 정부지원 확대, 그리고 지역간 국제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월 EU-중국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탄소시장 및 기술확산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고, EU-일본도 같은 달 정상회담에서 기후에너지 협력을 포함한 경쟁력 동맹을 출범시킨 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다.
탄소중립과 산업육성 병행 발전 방향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기후투자 추이에도 나타나 있다. 전체 기후투자 증가율 둔화속에서도 에너지안보나 리질리언스(Resilience) 등 탄소중립 및 자국안보를 동시에 지향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국가의 탄소감축 정책후퇴에만 집중하기보다 우리와 상관성이 높은 주요 국가들의 정책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보니, 최근 글로벌 기후정책 변화는 탄소중립을 산업육성과 연계하기 위해 투자와 협력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