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립독산도서관

책·숲·아름다운 선율, 주민과 함께하다

2025-10-02 13:00:01 게재

주민들 삶을 확장시키는 ‘책 쓰는 금천’ … 공공·작은도서관 함께 만드는 기후동행

금천구립독산도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탁 트인 공간에 놓인 긴 탁자와 큰 창, 그 너머로 펼쳐진 초록빛 대나무숲이다. 이용자들은 대나무숲 앞 공간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때로 그 숲 속 공간은 아름다운 공연들의 무대가 된다. 1일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을 방문해 책과 숲이 어우러진 공연과 ‘책 쓰는 금천’에 대해 들었다.

밤이 되면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의 풍경은 더욱 특별해진다. 책장 단마다 설치된 엘이디(LED) 불빛이 켜지면 도서관 내부는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가득 차고 창을 통해 비친 빛은 대나무숲 앞까지 퍼져나간다.

이곳에선 서양 음악의 공연과 인디밴드의 연주,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도서관과 숲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아이 손잡고 찾는 첫 음악회, 도서관에서 = 이런 공연들은 ‘예술로 재그르르’라는 이름 아래 열린다. ‘재그르르’는 순우리말로 ‘여럿이 함께 웃는 모습’을 뜻한다. 동화작가인 김은진 관장이 순우리말 사전을 뒤적여 지은 사업 이름이다.

공연은 대나무숲은 물론 1층 로비에서도 열린다. 평소 이용자들이 책을 읽고 개인 작업을 하는 계단식 공간은 이때만큼은 공연을 즐기는 객석으로 변한다. 사업 이름처럼 도서관에 마련된 무대에서 예술가와 주민들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다.

1년에 7~8회 열리는 공연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저녁 7시에 시작한다. 맞벌이 부모들이 퇴근 이후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장르와 악기를 접할 수 있도록 늘 새로운 공연을 올리는 데 역점을 둔다.

김 관장은 “서가의 조명 덕분에 별도의 조명이 필요 없을 만큼 숲 앞이 환히 밝아져 하나의 무대가 된다”면서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와서 처음으로 접한 음악회가 도서관 무대였다는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4월 30일 금천구립독산도서관 1층 야외열람실에서 ‘엘로 퀸텟과 함께하는 목관 5중주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금천구립독산도서관 제공

◆인공지능(AI)과 함께하는 창작 경험 =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은 글쓰기와 예술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기획해왔다.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의 또 다른 대표 사업은 ‘책 쓰는 금천’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독산백일장, 어르신을 위한 은빛풀꽃자서전, 직장인을 위한 ‘퇴근하고 글쓰기’ 프로그램까지 ‘읽기에서 쓰기’로 확장하는 흐름을 통해 지역민의 삶을 기록으로 남긴다.

금천구립독산도서관 전경 사진 이의종

이는 그 자체로 지역의 역사이기도 하다. 위인의 삶으로 이뤄지는 대문자 역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소문자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날 어르신들이 쓴 책 ‘나는 꽃이야’를 볼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맞춤법이 틀린 글자로 쓴 한 문장, 한 문장이 숲 속 나뭇잎 그림들과 어우러져 감동과 울림을 줬다.

김 관장은 “금천구는 꾸준히 책 쓰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작은 글쓰기가 주민들의 삶을 확장시키고, 지역의 소문자 역사를 이어가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AI 문해력(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AI 창작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사람이 쓰고 AI가 그리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AI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및 AI 기술과 가까워지며 창작의 즐거움을 체험한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AI가 내 표현을 쉽게 꺼내주는 친구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AI가 그린 그림은 크게 프린팅해서 전시를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물론, 금천구 50플러스센터에서 전시를 하며 어르신들도 AI와 친숙해질 수 있다고 알려준다.

환경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동행 패스포트’는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을 포함해 금천구립도서관의 대표 사업이다. 공공도서관 4곳과 공립 작은도서관 12곳이 모두 참여한다. 어린이들이 각 도서관을 돌며 도서관마다 정한 나라와 관련된 기후 관련 책을 읽고 활동을 수행하면 도장을 받는 방식으로, 여행하듯 학습하며 환경의식을 키운다.

◆금천구, 잘 짜인 도서관 체계 =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은 1999년 문을 열어 2020년 리모델링을 거쳤다. 당시만 해도 구립 공공도서관이 막 세워지던 시기였다. 이후 금천구는 도서관 건립을 꾸준히 이어가 2025년 10월 기준 공공도서관 4곳과 공립 작은도서관 12곳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도서관들은 모두 금천문화재단 산하에서 통합 운영돼 인력과 프로그램이 긴밀히 연계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같은 체계 덕분에 ‘기후동행 패스포트’에 공공도서관 4곳과 공립 작은도서관 12곳이 모두 참여할 수 있었다. ‘책 쓰는 금천’ 역시 금천구 내 공공도서관과 공립 작은도서관들이 모두 함께하는 사업이다.

김 관장은 “작은도서관은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공공도서관과 함께 사업에 참여하면서 동반 상승 효과가 크다”며 “어린이들은 여행하듯 도서관을 방문하며 기후위기를 배우고 도서관들은 잘 짜여진 도서관 체계 속에서 함께 성장한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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