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한가위 큰 꿈 무르익나
차기주자 조사 ‘선두권’…국힘 지지층서 ‘우위’
지방선거에 운명 달려…‘제2 황교안’ 가능성도
“이재명정권을 끝내고 정권을 다시 찾아와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앞에 운집한 15만명(국민의힘 추산)에 달하는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층은 장동혁 대표(사진) 특유의 웅변조 연설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금배지 4년차의 짧은 정치 경륜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 지휘봉을 잡은 장 대표가 ‘윤석열 탄핵’으로 절망에 빠진 보수층의 기대주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에 대한 보수층의 기대감은 차기주자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조사(9월 28~29일, 무선 RDD, ARS,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묻자, 장동혁(18.3%) 김민석(14.3%) 조 국(12.4%) 정청래(8.9%) 한동훈(8.2%) 오세훈(6.3%) 등으로 답변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장동혁(36.9%), 한동훈(14.4%), 오세훈(12.3%), 김문수(10.5%), 나경원(5.2%) 등으로 집계됐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업고 차기 경쟁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장 대표의 ‘활약’에 기대를 모으는 모습이다. 강력한 대여투쟁을 통해 이재명정부에게 뺏긴 국정 주도권을 되찾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정권탈환의 발판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권 인사는 1일 “장 대표가 정치 경력은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과 특유의 친화력을 통해 보수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차기(대선)까지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장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승리→2027년 당 대표 재선→2028년 총선 승리→2030년 대선 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쓰는 모습이다.
1차 관문은 내년 지방선거 승리다. 지방선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갤럽 조사(9월 23~25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에서 민주당 38%, 국민의힘 24%로 나타났다. 전국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39%, 국민의힘 13%였다.
전당대회 출마 이후 강성보수 노선을 고수한 장 대표에게 중도확장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안겨진 셈이다. 장 대표가 중도확장을 통해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지 못하면 2020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무총리 출신의 ‘0선’ 황 대표는 2019년 2월 대표에 당선된 이후 대여 강경투쟁을 주도했다. 아스팔트 보수와 손잡고 연신 장외집회를 열었다. 삭발과 단식까지 감행했다. 당시 차기주자 조사에서 황 대표는 보수층 지지를 업고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보수층에 갇힌 자유한국당은 2020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황 대표는 사퇴했다. 보수층 지지에 안주하면서 중도확장을 외면한 결과였다. 장 대표의 운명도 중도확장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푸는가에 달렸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