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20년, 서울 도심 풍경 바꿨다

2025-10-02 13:00:03 게재

연평균 약 1538만명 방문, 시민 쉼터로

쉬리 등 어류 21종 서식, 생태계도 복원

복원된지 20년된 청계천이 서울 도심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서울시는 1일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청계광장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해 축하를 나눴다.

오 시장은 “서울 25개 자치구에 걸쳐 있는 한강 지천들로 청계천 복원의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서대문구 홍제폭포, 은평구 불광천처럼 이미 서울시민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지천 개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05년 10월 시민 품으로 돌아온 청계천은 총길이 8.12km, 그 가운데 복원 구간만 5.84km에 이른다. 공사를 통해 다리 22개, 산책로 20km가 새로 만들어졌다. 당초 예상은 도심 하천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에 머물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청계천은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청계천 복원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1일 저녁 시민들이 산책과 독서 등을 하며 청계천을 즐기고 있다. 사진 이제형 기자

이용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5년 개장 이후 올해 9월까지 청계천을 찾은 누적 방문객은 약 3억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5만명, 연간 약 1540만명이 산책과 휴식, 만남과 약속을 위해 청계천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이후 빠르게 방문객 수가 회복됐다.

산책뿐 아니라 피크닉, 발 담그기 체험, 워터슈즈 대여 같은 프로그램이 도입되며 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방문자 증가에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독서 열풍과 맞물려 책을 읽는 공간으로 쓰임새가 확장됐다. 곳곳에 설치된 의자와 야간 조명은 독서 열풍을 이어가는데 기여했다.

생태계 복원 성과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복원 전 어류는 4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쉬리·버들치·피라미 등 2급수 이상 어종을 포함해 21종의 물고기가 서식한다. 전체 생물종 역시 2006년 342종에서 2022년 666종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2급수 어종이 서식하는 건 생태 복원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이 같은 성과는 청계천이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문화 명소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됐다. 서울숲,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외국인 설문조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혔으며, 도심의 저층부 가로 활성화와 상권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다만 과제도 있다. 청계천 성공을 서울 모든 지천에 그대로 주입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천마다 물 흐름과 생태 환경이 다르고 이용 패턴도 달라 일률적인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맞춤형 수변 개발로 확장돼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청계천 복원의 본래 취지였던 치수 기능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 8월 서울에 시간당 100㎜ 폭우가 쏟아지자 청계천 입구가 침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천 개발과 복원 과정이 서울의 홍수 대비 역량을 강화하는 일과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복원된 청계천은 지난 20년 동안 도심 속 하천 복원이 시민 생활을 얼마나 바꿔 놓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단순한 걷기 공간을 넘어 생태, 문화, 여가가 어우러지는 다층적 공간으로 진화했고 시민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청계천이 열어놓은 변화를 어떻게 서울 전역의 지천으로 확장하고 개선할 지가 앞으로 남은 서울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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