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 ‘한국사회 갈등수준 심각’
창간 32주년 여론조사 … 정치대립 탓 43.8%
해소방안으론 ‘가짜뉴스 차단’ 48.7% 압도적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갈등수준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90%에 가까운 국민들이 ‘심각하다’고 봤다. 갈등 유발 요인으로는 정치적 양극화와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80%를 넘어섰다. 갈등해소 방안으로도 ‘가짜뉴스 차단’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갈등인식수준을 조사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수준’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는 답변이 65.2%였다. 다소 심각하다(24.0%)는 답변과 합하면 ‘심각하다’고 보는 시각은 89.2%에 달했다. 이는 ‘심각하지 않다’(별로 심각하지 않다+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과 비교할 때 10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ARS 자동응답 전화조사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세대별로 보면 20대(19~30세)와 30대의 ‘심각’ 인식 비율이 각각 92.0%, 92.7%로 다른 세대에 비해 높았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은 81.9%로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96.4%가 심각한 갈등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당층에서는 94.2%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념성향 분석에서도 갈등상황이 심각하다고 보는 진보층은 84.0%인 반면 보수층은 93.9%, 중도층은 89.4%를 보였다.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는 43.8%가 ‘정치적 대립과 진영화’를 지목했다. 36.7%는 ‘언론·온라인 매체의 왜곡 및 자극적 정보’(가짜뉴스)를 짚었다. 자산 격차(7.3%)나 정부·지자체 정책(6.3%), 지역이나 세대갈등(4.5%)은 상대적으로 심각한 갈등상황을 만든 핵심요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20대와 40대는 정치적 대립(35.5%, 37.1%)보다는 가짜뉴스(45.0%, 51.2%)를 더욱 심각한 갈등 유발 요인으로 봤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주로 정치적 대립(38.3%, 33.1%)보다는 가짜뉴스(40.7%, 50.2%)에서 갈등의 원인을 찾았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지지층은 가짜뉴스(33.0%, 23.5%)보다는 정치적 대립이나 양극화(47.6%, 65.0%)를 주요 갈등 유발 요인으로 지목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보수는 정치진영 대립을, 진보는 언론 왜곡을 갈등 유발 주요 요인으로 보는 등 갈등 원인에 대한 인식마저 정파별로 양극화된 갈등 구조를 보여줬다”며 “사회 갈등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정치적 대립 구도로 환원되는 구조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48.7%가 ‘허위 정보·가짜뉴스 차단 및 투명한 정보 제공’을 꼽았다. 그 뒤를 이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복원’은 20.5%였다. 정치력 회복보다는 정보의 신뢰성을 만드는 게 선행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참여와 공론화 활성화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12.7%였고 대통령의 적극적인 포용정책(9.8%)이나 지역사회·시민단체 등의 자율적 갈등 조정기능 확대(3.2%)에 대한 기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안 대표는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 누적과 그에 따른 갈등의 일상화가 심각한 단계”라며 “정치 사회 의제 설정과정에 갈등완화가 핵심 키워드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