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고사망자 45%가 하청노동자

2025-10-10 13:00:03 게재

건설·제조업 ‘위험의 외주화’ 심각 … 떨어짐·부딪힘 등 ‘후진국형 사고’가 대부분

#. 지난 8월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경기 광명 건설현장 감전사, 디엘건설 경기 의정부 신축아파트공사 추락사한 이들 모두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지난 3년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10명 중 4명 이상이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산재사망자 2명 중 1명이 하청노동자로 2022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인천 맨홀 사고 실종자 수색하는 소방대원들 소방당국이 7월 7일 오전 인천 굴포하수종말처리장에서 맨홀사고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하청노동자 2명이 질식해 숨졌다. 인천환경공단은 두달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 서구 공촌하수처리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 A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제공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김포갑)이 9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2025년 2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전체 산재 사고사망자는 2118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하청노동자는 44.9%(952명)이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재사망사고를 분석한 통계다. 이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집계·공포되고 있으며 사업주의 법 위반 등이 없을 경우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다. 산재 사고사망자는 2022년 644명에서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이고 올해 2분기는 287명으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산재 사고사망자 가운데 하청노동지 비율은 2022년 44.1%(284명)에서 2023년 43.5%(260명)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47.7%(281명)까지 늘면서 역대 최대였다. 올해 2분기도 44.3%인 127명에 달했다.

지난 3년간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22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사망한 하청노동자(952명) 중 건설업이 62.5%(59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업은 22.7%(216명), 운수·창고·통신업종과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이 1.8%(17명)를 차지했다. 특히 건설업에서 하청노동자 산재 사고사망자 비율은 2022년 53.1%(181명)에서 2023년 57.1%(173명), 2024년 59.4%(164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사고는 안전조치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래형 사고였다. ‘떨어짐’이 42.1%(40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물체에 맞음’ 12.7%(121명), ‘부딪힘’ 9.9%(94명)였다. 이 외에도 화재·폭발·파열 7.6%(72명), ‘끼임’ 7.1%(68명), ‘깔림·뒤집힘’ 6.1%(58명)였다.

김 의원은 “안전 비용과 위험을 그대로 하청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되풀이되면서 하청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의 안전대책이 현장에서 잘 작동되는지 살피고 책임을 떠넘기는 하청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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