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축 연발 여권, 반사이익 못 챙기는 국힘
여당·대통령실 ‘엇박자’ … 냉부·김현지·이진숙 이슈 잇따라
국힘 지지율 정체 … “계엄·탄핵 특수 상황, 반사이익 제약”
추석 연휴 정국 분석해보니
긴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여야 모두에서 흔쾌한 표정을 찾기는 어렵다. 연휴를 전후해 여권에서는 실축으로 불릴만한 이슈가 잇따랐다. 대여공세에 바빴던 국민의힘은 정작 여권 실축의 반사이익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야는 추석 민심을 놓고 스스로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보다 여느 해처럼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기에 바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석 연휴 동안 여권에서는 부정적 이슈가 주를 이뤘다. 우선 민주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둘러싼 ‘엇박자’가 노출됐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민주당 취지에 전부 동의하지만 가끔 속도나 온도 차이가 난다. 시끄럽지 않게 하는 (개혁)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6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고 말하자, 여당에서는 반발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과 코스피 상승세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발 ‘엇박자’ 탓에 국정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엇박자’는 여권지지층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이슈로 간주된다.
야권은 △이 대통령 예능 출연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국회 출석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체포 논란 등을 거론하며 대여 공세를 펼쳤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연휴 직전 정당한 이유로 불출석 사유를 내고 성실하게 소명해 온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손에 불법적으로 수갑을 채웠다. 정권의 절대존엄 김현지 총무비서관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제1부속실장으로 임명한 뒤였다”며 “대통령은 국가 전산망 화재로 마비된 국정 수습에 앞장서는 대신, 예능 출연에 앞장서며 불편한 속에 더 큰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것을 놓고 여야는 상호 고발전까지 펼쳤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 여권 안팎에서는 실축으로 불릴만한 이슈가 잇따랐지만,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챙겼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의 지지율 상승은 야당 자력보다는 여권 실축의 반사이익으로 이뤄지기 십상이라는 게 불문율처럼 통한다. 하지만 최근 여권의 잇단 실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바닥권에서 정체된 상태다.
SBS-입소스 조사(1~2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46%, 국민의힘 26%였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45%, 국민의힘 17%를 기록했다.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1~2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에서 민주당 44%, 국민의힘 27%였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40%, 국민의힘 19%였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10일 “국민의힘이 당 대표가 바뀌고, 장외집회라는 과감한 행보까지 나섰지만 당 지지율은 큰 폭의 변화 없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야당에 대한 여론의) 반응성 자체가 사실상 상실된 상황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국민의힘이 12.3 계엄과 윤석열 탄핵이라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중도층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한 자구 노력을 게을리 하기 때문에 당 지지율이 정체됐다고 봤다. 윤 대표는 “정부·여당이 잘못하면 야당이 (지지율 상승이라는) 반사이익을 얻는 게 통상적 패턴이지만, 지금은 단순히 대선 패배라는 일반적 상황이 아니라 계엄과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선 민심의 근본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 반사이익 효과조차 제약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