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과반 민주당 ‘협치모델’ 못 만들었다

2025-10-10 13:00:03 게재

지지부진 국민의힘, 여당 독주 정당화시켜

강성지지층에 포섭된 거대 양당 ‘극한대립’

입법부에 ‘대화와 타협’이 사라졌다. 보수정권이 두 번의 탄핵으로 무너졌고 진보진영으로 정부가 옮겨졌지만 ‘새로운 협치모델’은 나오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두 차례에 걸쳐 ‘절대 과반’ 의석수로 만들어준 더불어민주당은 ‘독주’를 이어갔다.

촛불과 응원봉으로 보여준 유권자와 집단지성의 힘은 ‘국정농단과 내란세력 청산’ ‘검찰개혁’의 동력으로 소모됐거나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주의의 틀은 흐릿해졌고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장은 고성과 삿대질 비난 파행으로 점철됐다. 강성지지층만 바라보는 거대양당의 입법부엔 극한대립뿐이다. 완충지대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1일~9월30일까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82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회를 믿지 않는다’는 대답(전혀 믿지 않는다 34.9%+별로 믿지 않는다 39.1%)은 74.0%에 달했다.

대화와 타협의 부재는 반목과 비방으로 이어졌고 정치의 사법화를 강화시켰다. 거대양당 의원들은 서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틀 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추석연휴 내내 펼쳐졌던 거대양당의 공방은 결국 고소고발로 번졌다.

윤리특위가 존재하지 않는 데도 ‘화풀이’ 제소가 쌓여갔다. 22대 국회 들어 접수된 의원징계안만 39건이다. 16개월 동안 월평균 2건 이상의 징계안이 제출된 셈이다. 20대(47건)와 21대(51건)에선 월평균 1건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대화와 타협의 부재 원인을 ‘정치권이 강성지지층에 포섭된 새로운 현상’에서 찾았다. 최근 강성지지층의 영향으로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이 두 번이나 깨진 것은 입법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지목받고 있다.

‘촛불시민’을 오랫동안 추적 연구해온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정부와 정당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대화와 타협의 부재현상이 지속되면서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강성지지층에 의해 민주당 지도부들의 정책 결정이 달라지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지부진하면서 오히려 여당의 독주를 정당화시켜주는 모양새”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을 갖고 있으면 대화와 타협을 위해 자신들의 권력을 내놓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는 검찰개혁 등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 강성지지층이 원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정당과 강성지지층의 강력한 상호작용은 확증편향을 정책과 미래비전에 반영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정책이나 국가미래, 공공선보다는 진영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당파적 배열’이 강화되고 있다”며 “정당대표의 입장 변화에 지지층도 같이 바꾸고 반대로 강성지지층의 요구에 정당과 지도부가 따라가면서 대화와 타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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