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국노총·경총 공동토론회
그간 빈곤한 철학, 정치적 수단화
“전문화한 독립기구로 재편 필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사실상 멈춰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역할에 대해 보다 독립적이고 전문화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재편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노사정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경사노위(옛 노사정위)는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만 참여한 채 운영돼왔다. 경사노위는 ‘1998년 노사정 대타협’ ‘2015년 9.15 합의’ 등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한국노총도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민주노총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경사노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사회적 대화,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라는 발제에서 “그동안 정부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빈곤한 철학과 정치적 수단화가 정부 중심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켜 왔다”면서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 역할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통해 노사단체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정책적 우위를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위원의 전문성 발굴, 의제별·지역과 업종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획, 이재명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복잡한 노동사회 의제를 논의하고 사회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 사회적 대화 기구의 독립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경사노위가 국민권익위나 국가인권위 같은 독립기구로 재편된다면 정부 정책과제에 몰입하기보다 사회적 대화 자체에 충실할 수 있다”면서 “또한 예산과 인력을 독자적으로 꾸릴 수 있어 전문성을 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복합위기 시대, 사회적 대화의 당위와 과제’라는 발제에서 “사회적 대화의 방식과 형식은 중요하지 않고 내 입장을 설명하는 대화 자체가 목적이 돼야 한다”면서 “사회적 대화 기구는 적극적인 문제 해소기구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상생을 위한 양보를 하는 노사 양측의 용기가 필요하다”며 “독립·자율적 사회적 대화, 즉 ‘선 타협, 후 정책’이 돼야 하고 그 누구에게도 사회적 대화의 주도권이 부여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통령 자문기구 성격을 넘어 독립기구가 된다면 경사노위만을 독립기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사회적 대화체까지 포괄해 독립기구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 기술 혁신, 기후위기 등 복합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노동시장과 고용시스템 구축을 위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경사노위 운영이 조속히 정상화돼 중층적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가 노사정의 입장을 조율하고 미래지향적 대안을 찾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