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갓’ 사라질 위기
무형유산 취약종목 보유자 72%가 70대 이상
민형배 의원 “보유자 없는 종목도 … 지원 부족”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갓’이 한국 전통의 상징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 속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쓴 흑립이 ‘갓’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덕분에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인 ‘흑립 갓끈 볼펜’은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갓이 세계적 이목을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 김대건 신부 성상은 갓을 쓴 차림으로 주목받았다. 국내를 찾는 많은 해외 관광객들은 한복 체험을 하면서 갓을 쓰고 고궁을 거닐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갓은 가능보유자가 감소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갓뿐 아니라 ‘전통장’ ‘발탈’ ‘악기장’ 등 여러 국가무형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가무형유산 전승 취약종목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갓일’ 보유자는 전국 4명에 불과하며, 평균 연령은 약 83세로 확인됐다. 갓일이란 ‘갓 만드는 일’로 국가무형유산 중 하나다.
갓일 외에도 △전통장(94세) △발탈(86~91세) △악기장(편종·편경, 90세) 등 전승 취약종목 보유자의 72%가 70대 이상이다. 고령화로 인해 전승 기반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나주의 샛골나이, 바디장, 백동연죽장, 악기장(편종·편경)은 소멸 위험에 처한 무형유산을 긴급히 보전하기 위한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전남 나주 샛골의 무명 짜는 직녀 또는 무명 짜는 일을 통칭하는 나주의 샛골나이는 2017년 노진남 보유자가 별세한 뒤 전승 활동이 어려운 상태다. 베를 짜는 베틀의 한 부분인 바디를 제작하는 바디장 역시 2006년 이후 맥이 끊겨있다.
또 백동으로 만든 담뱃대(연죽)를 만드는 백동연죽장의 경우도 2018년 황영보 보유자 별세 이후 사정이 비슷하다. 악기장(편종·편경)의 경우 보유자가 1명뿐이라 위태하다.
이처럼 전승 인력은 줄고 있지만, 관련 예산은 제자리이거나 감소했다.
국가무형유산 전체 예산은 2024년 총 639억원까지 확대됐지만, 2025년에는 되레 90억원 이상 감소해 K-컬처의 성장세와는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 보호·육성 예산도 5년째 연 1억6000만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민 의원은 “세계가 K-컬처의 전통기술에 감탄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몇 분의 고령 보유자가 겨우 전통기술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대로면 국가무형유산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유자 공백 종목의 신규 보유자 발굴, 국가무형유산 보호·육성 지원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 보완과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형배 의원은 지난 9월 10일 전통문화가 세계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케데헌법(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장세풍·송현경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