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 ‘토픽 민간투자 사업’ 중단 촉구
“공공성 훼손·응시료 인상 우려”
민영화 논란, 80여개 단체 반발
노동단체가 정부의 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 ‘디지털 전환 민간투자형 사업’ 추진에 반발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공인 시험을 민간 수익 회수 구조에 넘기면 응시료 인상, 공정성 저하, 데이터 남용이 우려된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민간투자형 사업이 기업의 영리 추구로 이어져 한국어 교육 생태계를 훼손하고, 응시료 급등, 학습의 상업화를 초래해 공공 가치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성명에서 “이 사업은 약 34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민간 기업이 투자하고 10년간 시험 운영을 맡는 ‘수익형 민간투자’ 방식”이라며 “한국어 공공성을 팔아넘기는 위험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주민 학습자와 시민사회, 한국어교원 및 연구자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한 채 국민적 동의 없이 강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부터 토픽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인터넷 기반 시험(IBT)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반 문제은행 출제·채점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자는 응시료와 부가서비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교육부는 이번 전환을 통해 한국어 평가·학습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네이버 컨소시엄이 사업시행자로 최종 지정될 경우 전체 사업비 3439억원을 전액 부담하게 된다.
토픽은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시험으로 외국인과 재외동포의 국내 대학 입학·취업·체류 심사 등에 활용된다. 1997년 시작된 시험에는 2023년 42만명, 2024년 49만명이 응시했다. 올해는 9월까지 55만명이 지원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토픽 디지털 전환 민간투자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TOPIK 민영화 반대 연대’를 구성해 민영화 재검토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단체들은 “한국어는 상품이 아니다” “정부는 토픽 민영화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9일 2026년 토픽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내년에는 한국어 인기 확대로 IBT 국내 시험장과 시행 국가를 확대해, 올해 13개국에서 네팔·라오스·바레인·인도를 추가 포함한 총 17개국에서 실시한다.
토픽 시험은 읽기·듣기·쓰기(PBT 6회·IBT 6회) 12회와 말하기(IBT) 3회를 포함해 총 15회 치러질 예정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