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고삐 다시 죄는 3대 특검

2025-10-10 13:00:09 게재

내란 특검, 박성재 구속영장 청구 … 조태용 소환 임박

김건희 특검, 10일 한학자 구속기소 … 13일 이배용 조사

해병 특검, ‘구명로비’ 이종호 첫 조사 … 김동혁 재차 소환

추석 연휴 주요 인물의 소환조사를 잠시 미루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3대 특별검사팀이 다시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계획을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부른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며 만류하고자 했다”고 주장해왔지만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반대 의견 개진이 충분치 않았거나 사실상 없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법무부의 핵심 업무가 인권보호와 법질서 수호라는 점에서 계엄을 막지 못한 박 전 장관의 책임이 크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박 전 장관은 단순히 계엄을 방조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회의를 소집했는데 이 자리에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 대기를 지시하고 교정본부에도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를 내린 의혹도 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뒤 주요 체포 대상자들을 출국금지하고 포고령 위반자의 구금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한다.

특검팀은 계엄 선포 직후 박 전 장관이 배상업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과 잇따라 통화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 전반을 부인해왔다. 계엄 직후 열린 법무부 회의는 통상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불법적인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박 전 장관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뒤 혐의를 다지기 위한 보강수사를 벌여왔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다른 주요 인사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조 전 원장은 국가 기밀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장으로서 비상계엄 전후 상황 전반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으로 추정되는 문서를 양복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원장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체포 명단’ 진술 신빙성을 공격하기 위해 국민의힘에 홍 전 차장의 계엄 당일 모습이 담긴 CCTV를 제공,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지난 8일 국정원 특별보좌관 2명을 조사한 데 이어 다음주 중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 등을 재판에 넘긴 데 이어 이르면 10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구속 기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교단 자금으로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구매해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지금까지 총 3차례 한 총재를 소환 조사한 특검팀은 당초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한 총재가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하고 진술거부 의사까지 밝히면서 곧바로 기소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매관매직’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3일에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소환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윤석열정부 초기 김 여사에게 금거북이 등을 건네고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은 10일 오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김건희 특검팀에 의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순직해병 특검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순직해병 특검이 이 전 대표를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재차 소환할 예정이다. 김 전 단장은 2023년 8월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기록을 압수수색 영장 없이 무단으로 회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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