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계산”
대법, 단시간 근로자 주휴수당 지급기준 첫 제시
“유급 주휴시간 계산 시 1주 근로일 수 5일로 환산”
한 주에 일하는 날이 5일에 못 미치는 근로자에게 주 5일 근무자와 동일한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주휴수당의 성격을 고려할 때 1주 근로일 수를 5일로 환산해 유급 주휴시간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격일 근무나 주말 아르바이트 등으로 주 15시간 이상을 채웠더라도, 주 5일 근무한 근로자와 차등을 둬야 한다는 취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경남 진주의 택시기사 A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주 5일 미만 근로자가 주 5일 근로자와 동일한 주휴수당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단시간 근로자의 주휴수당과 관련해 명확한 지급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 등은 2010년 7월부터 경남 진주시의 한 택시회사에서 격일제로 근무해왔다. 2009년 체결된 입금협정은 1일 근무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에 연장근무 4시간(야간근무 1시간 포함)을 합해 총 12시간으로 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개정 최저임금법이 2010년 7월부터 진주시에 시행되자, 이를 앞두고 노사는 2010년 임금협정에서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줄였다. 이후 2015년과 2018년에는 각각 3시간 30분, 2시간으로 단축했다. 2007년 12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에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을 포함하지 않도록 했는데, 사실상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A씨 등은 회사가 단축근무 합의 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개정 최저임금법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쟁점은 격일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어떻게 책정하는지였다. 주휴수당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정해진 근로일을 모두 출근할 때 지급하는 유급휴가 수당이다.
원고들은 격일로 하루 8시간씩 근무했는데, 원심은 이에 따라 주휴수당의 지급기준이 되는 유급 주휴시간이 8시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주휴수당의 성격, 취지 등에 비춰 유급 주휴시간은 1일 평균 소정근로시간 수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주휴수당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1주간 소정근로일 수 등의 차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1일 평균 소정근로시간 수는 같으나 1주간 소정근로일수가 달라 1주 기준 소정근로시간 수에 차이가 나는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1주간 소정근로일 수가 5일 미만인 근로자가 5일 이상인 근로자보다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적음에도 같은 주휴수당을 받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관해서만 정했을 경우, 1주간 소정근로일이 5일에 미달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1주간 소정근로일 수를 5일로 환산해 소정근로시간 수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유급 주휴시간이 8시간이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는 유급 주휴시간 산정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 사건에서 격일제로 근무하는 원고들의 1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은 23.78시간이고, 유급 주휴시간도 이를 5일로 나눈 4.75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계산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개정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고자 임금 책정 기준이 되는 소정 근로시간을 대폭 단축한 임금협정은 무효라는 원심 판단은 확정했다.
당초 원고인 택시 기사들은 회사와 택시노조 간 임금협정에 따라 1일 근무 시간을 12시간(기본 근로 시간 8시간, 연장 근로시간 4시간)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2010년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으로 초과운송수입금(총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을 제외한 나머지)이 최저임금 기준 급여에서 제외되자 노사는 사측 재정 부담을 고려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실제 근로환경 변화 없이 단순히 소정근로시간만을 줄인 것은 탈법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도 원심과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라고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