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다배출 사업장, 통합허가 ‘사각지대’

2025-10-13 13:00:03 게재

기준보다 10배 이상 많이 뿜어도 제외, 단속 위주 사후관리도 한계 … 박홍배 의원 “대상 확대하고 관련 제도 개선 시급”

저비용 고효율의 최적기술을 적용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통합환경관리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지만 법적으로 통합환경관리제도 대상 업종에 속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업체들이 확인된 것이다. 더욱이 사업장들이 스스로 환경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단편적인 단속 위주의 사후관리 체제로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2022년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약 202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은 72톤으로, 통합허가 대상 사업장 기준인 연간 대기오염물질 20톤 보다 3~10배 이상 높은데도 20개 대상 업종에 해당하지 않아서 통합허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오염물질 대형사업장을 관리하겠다고 도입했는데, 사각지대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통합환경관리법)’ 9조에 따라 통합허가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20개 업종에 속하는 사업장 중 연간 대기오염물질이 20톤 이상 발생하거나 하루에 폐수를 700㎥ 이상 배출하는 경우다.

최적기술을 적용해 기업들의 환경 관리 역량을 높인다는 통합환경관리제도에 사각지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인공지능으로 합성한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박 의원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1~2종 사업장 2737개소 중 927개(34%)만이 통합허가 대상”이라며 “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장들이 대상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당수 제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와 같은 대형오염물질 배출 기업들이 20개 업종 제한으로 인해 통합허가 제도권 밖에 놓여 있는데, 이들 사업장이 통합허가 관리 범위 안으로 들어와서 오염물질을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한 ‘통합허가제도 도입의 사회경제적 효과 평가’ 결과에 따르면 △먼지 배출량(-35.3%) △질소산화물(-32.4%) △황산화물(-15.8%) 등 대기오염물질 감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편익은 3조4000억원에 달했다. 또한 대상 사업장 전체의 환경개선투자액은 17조4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34조4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4조5000억원이라는 분석이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와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미세먼지와 오존 생성의 주요 원인이다. 황산화물은 석탄 등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로 미세먼지와 산성비를 일으킨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2017년 통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내준 허가 사항을 당시 환경부가 통합허가를 다시 내주는 과정에서 완성차 제작사 등이 대상에서 빠졌다”며 “업종 전체 배출량은 많지 않아도 단일 사업장이 뿜어내는 오염물질량이 많을 경우 통합허가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부처와 해당 업종 등과 협의를 거쳐 통합환경허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4년 12월 보도자료를 내고 “통합허가제도가 우리나라 환경인허가를 선진화·과학화하는 데에 큰 효과가 있었다”며 “‘통합허가 2.0’ 제도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초 허가 후 5년이 지난 142개 사업장의 허가재검토를 면밀하게 준비하는 한편, △매체통합적 관리 강화 △전문가기술검토위원회 도입 △인공지능-사물인터넷 활용 스마트 통합환경관리시스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통합허가 2.0 제도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부터 시행된 통합허가 2.0은 사후환경관리를 강화하고 허가 재검토 중심으로 변화하는 게 특징이다. 이는 통합허가를 받은 기업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검토를 거쳐 허가 조건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의원은 “통합허가의 사후환경관리체계를 보면 지자체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유역・지방청으로 점검기관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과거와 같이 단속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통합환경관리제도 기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통합환경관리제도가 더 큰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모든 사업장을 지도・점검・단속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앞으로 늘어날 통합허가 대상 사업장을 고려하면 인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단편적인 단속보다는 선진화된 통합허가기법을 바탕으로 통합허가사업장들이 기술을 개선하고 설비투자를 해 스스로 환경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전문성을 가진 민간기업들과의 상담 등 협업 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물론 기후에너지환경부 지방청 역할도 중요하다”며 “한정된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평상시에는 첨단감시장비로 오염 우려 사업장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집중 점검해 기업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꾸준히 유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9월 5일 통합환경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사후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통합허가 대상 사업장들이 운영・관리에 관한 사항을 매년 작성해 보고해야 하는 연간 보고서를 만들 때 민간 전문기업들이 대행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사후관리 제도 개선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하위 법령 등 후속 작업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통합환경관리제도 = 대기·수질·토양·폐기물 등 환경 매체별로 관리하던 허가방식을 하나로 통합해 허가하는 제도다. 환경 매체 간 ‘오염떠돌이 현상’을 차단하고 기술·경제적으로 가능한 수단(최적가용기법)을 적용해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오염떠돌이 현상은 폐수처리 시 폐기물의 발생 또는 폐기물처리 시 대기·토양오염 등으로 오염물질이 전가되는 현상이다.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제도와 경험을 토대로 2017년부터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단계적으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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