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페트병으로 이산화탄소 잡는 시대 열리나
탄소포집 물질로 재탄생
고온, 혼합쓰레기도 가능
미세플라스틱과 온실가스. 최근 인류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떠오른 항목들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둘 다 인류가 편리하게 생활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활용되고 배출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 폐플라스틱을 온실가스 포집 재료로 바꾸는 기술이 개발됐다.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폐페트병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의 논문 ‘PET 플라스틱 폐기물을 이산화탄소 포집 소재로 전환(Repurposing polyethylene terephthalate plastic waste to capture carbon dioxide)’에 따르면, 폐페트(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를 고성능 이산화탄소 포집 물질(BAETA(N1,N4-bis(2-aminoethyl)terephthalamide))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폐페트를 이산화탄소 포집 재료로 화학적 업사이클링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페트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7000만톤이 생산될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 중 하나다. 하지만 에너지공급을 위해 85~90%가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걸로 추정된다.
이 기술은 쓰레기와 온실가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매년 이산화탄소 제거(CDR) 용량이 약 15억~26억톤에 달하는 걸로 추산됐다. 이산화탄소 포집 물질이 많이 필요한 만큼 쉽게 접할 수 있고 저렴한 소재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논문은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이 부분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열에 강하며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BAETA는 유기 고체 소재로 최대 킬로그램당 3.4몰(㏖)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높은 성능을 보였다. BAETA 1kg이 이산화탄소 약 150g을 붙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열안정성도 뛰어났다. 250℃ 이상의 열안정성을 가지며, 170℃ 고온에서도 작동한다. 100℃에서 분해되는 기존 상용 이산화탄소 포집제 MEA(모노에탄올아민)와 대조적이다. 연구진은 분자 구조 분석을 통해 BAETA가 이산화탄소와 결합할 때 수소결합으로 단단히 고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것이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이유다.
습한 환경에서 배기가스(5~20% CO2)와 대기(~약 400PPM CO2)로부터 높은 선택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강한 화학흡착 특성을 나타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나 우리가 숨 쉬는 일반 공기 속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이산화탄소를 잡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식품 포장재 △음식물 쓰레기 △종이 △알루미늄 호일 △고무장갑 등이 뒤섞인 일반 쓰레기에서도 수율 38%로 BAETA를 뽑아냈다.
연구팀은 실제 산업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150℃에서 15% 이산화탄소와 85% 질소 혼합 가스를 사용해 40회 연속 포집-탈착 과정을 진행한 결과, BAETA의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이 감소하지 않았다.
습도 조건에 따른 실험에서는 상온에서 상대습도가 증가할수록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이 향상됐다. 75% 습도 조건의 직접 공기 포집(DAC) 실험에서는 13일 이상 공기를 정화하며 포집 효율 88%를 달성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