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토옵티칼 "안전조치" 주장했지만 발암물질 배기장치도 미설치
백혈병 산재인정, 최소 3명 발생 노동부 조사결과 위반 10건 적발
고용노동부가 백혈병 등 최소 3명의 혈액암 피해가 발생한 한국니토옵티칼에서 국소배기장치 미설치 등이 드러나 안전보건진단 명령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김포갑)이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으로부터 입수한 지난달 10일 ‘한국니토옵티칼 보건진단명령서’에 따르면, 평택시청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국소배기장치 미설치 등 10건의 위반사항을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니토옵티칼은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일본 니토덴코 그룹의 자회사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600일 세계 최장 고공농성이 벌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의 자매회사이기도 하다.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경북 구미공장 화재 후 생산하던 편광필름 물량을 한국니토옵티칼으로 옮기면서도 노동자들은 전부 해고해 논란이 됐다.
한국니토옵티칼에서 백혈병 발생은 올해 4월 재해 당사자인 A씨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의뢰해 근로복지공단(공단)에 산재신청을 하면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1월 건강검진 도중 혈액수치 이상으로 병원에 내원한 뒤 올해 1월 4일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최종 진단받았다.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백혈병은 대표적인 직업성 암이다. A씨는 2002년 2월 14일 한국니토옵티칼에 입사해 23년간 근무하며 편광필름의 절단·도공·용해공정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백혈병 유발물질인 △톨루엔(벤젠 함유 가능성) △포름알데히드 △페놀 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올해 7월 백혈병 산재가 인정된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작업환경측정 결과에서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포름알데히드가 반복 노출됐다"며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반면 한국니토옵티칼은 재해사실을 ‘불인정’했다. A가 근무한 “용해공정의 작업환경은 국소배기장치 또는 전체 환기장치가 설치된 환경에서 수행됐다”며 “포름알데히드 등을 취급하지만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평택지청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사업장 내 사용화학물질 작업환경 등 사업장 보건관리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용해공정 샘플링 작업 등 국소배기장치 미설치(안전보건기준규칙 제422조 위반)’ 등 10건의 위반사항이 발견됐다. A씨가 근무한 용해공정 작업장에 환기 시설인 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A씨 말고도 다른 백혈병 피해자가 있지만 추가적인 산재 신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A씨가 산재 인정을 받았는데도 사업주는 사과 보상 등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나머지 2명의 추가 피해자들은 회사와 관계가 꺼려지길 원치 않아 산재 신청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피해당사자 혹은 유족의 신청이 없이는 산재 판단의 기회도 없는 ‘노동자 임의 신청주의’인 점이 문제”라며 “독일은 당사자가 산재를 신청하지 않아도 의료인의 신청으로 산재 절차가 개시되기도 하는 직권주의를 선택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노동자의 미인지,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동자 처지를 고려해 산재은폐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니토옵티칼은 지난 10년간 산업안전보건감독에서 다수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관리대상 유해물질 정보 미게시’ ‘관리감독자 직무 미이행’ ‘공정안전보고서 미준수’ 등을 지적받아 8건의 시정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회사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산재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입장표명도 없다”며 “이배원 한국니토옵티칼 대표가 한국사업 총책임자인만큼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에게 직업성 암 산재 피해 및 재발 방지와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등을 위해 본사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확실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