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백해룡 투입’ 이례적 지시…“실체규명 강한 의지”

2025-10-13 13:00:02 게재

합동수사팀 출범 후 4개월 지났지만 성과는 아직

“백 경정, 사건 가장 잘 아는 당사자 장점 살릴 것”

특정 사건 수사팀 보강 등 구체적 지시 적절성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시절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수사팀 보강 및 엄정 수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합동수사팀이 꾸려진 지 4개월 이상 지났지만 구체적 성과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체 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 대체적 해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대통령 지시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자원 화재 현장방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을 찾아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장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전날 지시에 대해 “기존에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던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동수사팀의 수사와 관련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며 “이 대통령은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파견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하고, 수사 책임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필요시 수사검사를 추가해 각종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렸다.

이 사건은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마약 유통책들이 필로폰을 들여오는 과정에 인천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마약 사건 자체는 말레이시아인 밀수범들을 검찰에 구속송치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윗선의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진상규명 요구가 커졌다.

국회에서 관련 의혹을 수사할 상설특검 법안까지 통과됐지만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총리가 특검후보 추천을 의뢰하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정권이 바뀐 후인 6월 10일 합동수사팀이 꾸려졌고, 지난 8월부터는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수사 지휘를 맡고 있다.

이후 합동수사팀이 인천세관 직원들의 주거지와 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새어나오긴 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수사 성과가 알려진 것은 없는 상태다.

이 대통령이 파견을 지시한 백해룡 경정은 당시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인물로 외압 의혹 수사 당시 경찰 지휘부의 수사 방해가 극심했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사건 자체가 의혹이 굉장히 큰 사건인데 그에 비해 실체가 잘 밝혀지지 않고 있지 않느냐”면서 “수사팀에 권한과 책임을 줘서 수사를 독려하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백 경정을 수사팀에 합류시키는 한편, 추가적인 수사인원이 필요할 경우에는 그 역시 가능하도록 해 어떤 의혹도 남기지 않는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합동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다는 설명이다.

백 경정이 수사 외압 사건의 당사자인데 과연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사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발휘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향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통해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수사지휘를 하는 것으로 비친 데 대해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송영훈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이 동부지검장에게 직접 지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법무부 장관을 경유하지 않는 직접 수사 개입”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사정 정국이 정권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여당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를 공개적으로 한 데 대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외압 의혹과 관련해 전 정부의 대통령실은 물론 검경, 국정원, 윤 전 대통령 부부 친인척 관련 루머까지 돌고 있는 상황에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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