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최대 무기징역 선고 가능
대법원 양형위, 양형기준안 최종 의결
자본시장 질서 훼손 중대 범죄 ‘엄벌’
사행성·게임물 범죄 양형기준도 강화
시세조종·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양형(처벌 수위)기준이 상향 조정됐다. 자금세탁범죄도 범죄수익 은닉과 재산국외도피 전반을 포괄해 최고형 수준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형량이 올라갔다. 새 양형기준은 7월 1일 이후 공소제기된 사건에 적용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이동원 위원장)는 전날 오후 제144차 전체회의를 열고 자금세탁범죄, 증권·금융범죄,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했다.
양형기준은 범죄 유형별로 대법원이 정하는 권고 형량 범위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관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권고 효력이 있다.
이번 양형기준 개정안의 핵심은 시세조종 등 증권범죄의 경우 ‘자본시장 공정성 침해 범죄’에 대해 가중영역의 특별조정이 적용되면 권고형량 상한을 기존보다 크게 높여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300억원 이상 시세조종 등으로 이득을 취한 경우 가중영역(9~19년)의 특별조정을 통해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하다. 가중영역의 특별조정은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가중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특별가중인자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상한을 1/2까지 가중하는 것을 말한다. 형량범위를 특별조정한 결과 25년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또한 외부감사법상 ‘자본시장 투명성 침해 범죄’에 허위 재무제표 작성, 공시·감사보고서 허위기재, 회계정보 위·변조 등을 별도 유형으로 분류하고 법정형도 징역 10년 이하로 상향했다.
자금세탁범죄에 대해서도 엄벌 기조가 강화됐다. 기존에는 부패·경제·마약류 등 범죄의 부수적 범행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기준안은 자금세탁을 범죄 수행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독자적인 양형체계를 마련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마약거래방지법, 외국환거래법, 특정경제범죄법상 재산국외도피 등이 포함되고, 특히 50억원 이상 국외도피의 경우 징역형이 기본 6~10년, 가중 시 최대 13년까지 권고된다. 여기에 특별가중이 적용되면 사실상 법정 최고형에 근접하는 처벌도 가능하다.
이런 형량 강화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달 27일 공청회에서 김혁진 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계장은 “자금세탁을 근절해야 하는 이유는 자금세탁 행위 그 자체의 해악뿐만 아니라 전제범죄(자금세탁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재범방지에 있다”며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종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양형기준의 설정은 양형 합리화 뿐 아니라 설정된 양형기준의 준수율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나친 엄벌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증권범죄에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한 점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박재평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들이 대부분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범죄의) 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이 된 것 같다”며 새 양형기준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련호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증권·금융 범죄는 과거의 범죄와 다르게 조직화·전문화·대형화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며 “경각심을 키우는 취지에서 양형 상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하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강 변호사는 “증권·금융 범죄의 형량이 지속적으로 상향될 경우 횡령·배임·조세 범죄 등 유사한 ‘화이트칼라’ 경제 범죄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와도 발을 맞춰서 양형인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