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위 국감서 ‘전산망 먹통’ 여야 책임공방
“대비실패” “부실대응” 격돌
19일째 복구율 40% 머물러
709개 정부 전산시스템 장애를 일으킨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에 대한 여야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1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14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야당은 안전수칙 위반 등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고, 여당은 중요 정보시스템 이중화 미비 등 윤석열정부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야당은 배터리 교체 작업 과정에 주목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화재 당시 배터리 충전상태가 80% 정도 됐을 것”이라며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수민 의원도 “대단히 위험한 리튬배터리를 옮기면서 너무 안이하게 다뤄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서범수 의원은 앞서 배터리 교체 과정에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사태가 현장의 부실관리 책임이라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반면 여당은 지난정부 책임을 따져 물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에 판교데이터센터 사태가 있었을 때, 그리고 2023년 정부 행정망이 다운됐을 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적극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당시 정부는) 3시간 내로 복구 가능하다고 이야기 해놓고 공사는 시방서대로 하지 않아서 사고가 크게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윤석열정부 때 유사사례 대비 실패와 예산·관리 문제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당 한병도 의원은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에 지방재정·지방세 등 36종의 주요 행정시스템이 입주해 있지만 아직 백업센터가 전혀 없다”며 추가 예산배정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채현일 의원도 앞서 지난 1일 “지난해 5월 국정자원에 대한 화재 안전 조사가 진행됐는데 조치 내용을 보면 2~5층의 각 전산실 및 보안 구역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윤석열정부 책임을 제기한 바 있다.
앞서 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여야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행안위와 마찬가지로 과방위에서도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시절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를 질타했고, 국힘은 정부의 대응 부실을 비판했다.
한편 정부가 복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사고 발생 19일째인 13일 24시 기준 복구율은 40.1%에 머물러 있다. 709개 장애 시스템 중 284개가 복구됐다. 이 가운데 이용률과 중요도가 높은 1등급은 40개 중 31개가, 2등급은 68개 중 35개가 복구됐다. 3등급은 261개 중 118개, 4등급은 340개 중 100개가 복구됐다.
정부가 사태 정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수백개의 시스템이 화재 피해 전산실과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전체 복구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고 초기 “완전 복구에 4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스템이 완전히 복구되더라도 손실된 데이터 문제가 남아있다. 실제 중단됐던 공공시스템 복구가 이어지면서 데이터 손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데이터 손실이 심할 경우 국정자원 내 시스템이 복구되더라도 과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어 사실상 새로 만든 것과 다름없는 깡통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국정자원 화재 전 접수된 민원이나 시한이 정해진 서류 같은 데이터가 손실됐을 경우 일반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행안부나 국정자원이 데이터 손실 범위를 확인하지 못해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조차 모른다는 점도 문제다. 한 부처 관계자는 “시스템이 복구되더라도 관련 데이터를 찾지 못하면 정상 업무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