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위 국감서 ‘전산망 먹통’ 여야 책임공방

2025-10-14 13:00:01 게재

“대비실패” “부실대응” 격돌

19일째 복구율 40% 머물러

709개 정부 전산시스템 장애를 일으킨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에 대한 여야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1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14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정자원 화재 관련 중대본 브리핑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행정안전부 차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야당은 안전수칙 위반 등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고, 여당은 중요 정보시스템 이중화 미비 등 윤석열정부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야당은 배터리 교체 작업 과정에 주목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화재 당시 배터리 충전상태가 80% 정도 됐을 것”이라며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수민 의원도 “대단히 위험한 리튬배터리를 옮기면서 너무 안이하게 다뤄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서범수 의원은 앞서 배터리 교체 과정에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사태가 현장의 부실관리 책임이라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반면 여당은 지난정부 책임을 따져 물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에 판교데이터센터 사태가 있었을 때, 그리고 2023년 정부 행정망이 다운됐을 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적극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당시 정부는) 3시간 내로 복구 가능하다고 이야기 해놓고 공사는 시방서대로 하지 않아서 사고가 크게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윤석열정부 때 유사사례 대비 실패와 예산·관리 문제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당 한병도 의원은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에 지방재정·지방세 등 36종의 주요 행정시스템이 입주해 있지만 아직 백업센터가 전혀 없다”며 추가 예산배정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채현일 의원도 앞서 지난 1일 “지난해 5월 국정자원에 대한 화재 안전 조사가 진행됐는데 조치 내용을 보면 2~5층의 각 전산실 및 보안 구역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윤석열정부 책임을 제기한 바 있다.

앞서 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여야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행안위와 마찬가지로 과방위에서도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시절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를 질타했고, 국힘은 정부의 대응 부실을 비판했다.

한편 정부가 복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사고 발생 19일째인 13일 24시 기준 복구율은 40.1%에 머물러 있다. 709개 장애 시스템 중 284개가 복구됐다. 이 가운데 이용률과 중요도가 높은 1등급은 40개 중 31개가, 2등급은 68개 중 35개가 복구됐다. 3등급은 261개 중 118개, 4등급은 340개 중 100개가 복구됐다.

정부가 사태 정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수백개의 시스템이 화재 피해 전산실과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전체 복구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고 초기 “완전 복구에 4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스템이 완전히 복구되더라도 손실된 데이터 문제가 남아있다. 실제 중단됐던 공공시스템 복구가 이어지면서 데이터 손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데이터 손실이 심할 경우 국정자원 내 시스템이 복구되더라도 과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어 사실상 새로 만든 것과 다름없는 깡통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국정자원 화재 전 접수된 민원이나 시한이 정해진 서류 같은 데이터가 손실됐을 경우 일반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행안부나 국정자원이 데이터 손실 범위를 확인하지 못해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조차 모른다는 점도 문제다. 한 부처 관계자는 “시스템이 복구되더라도 관련 데이터를 찾지 못하면 정상 업무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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