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승리 절박한 범보수, ‘원팀’ 가능할까
정의화 “유승민·이준석·한동훈 함께 못할 이유 없다”
친윤, 친한·개혁신당에 냉랭 … ‘원팀’ 성사 불투명
국민의힘 정의화 상임고문단 의장은 13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무너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유승민, 이준석, 한동훈 등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용광로 같은 화합 정치를 이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거대여권에 맞서기 위한 범보수진영의 단합을 주문한 것.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범보수진영에서 ‘원팀’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선거는 국민의힘에게 ‘최후의 결전’으로 꼽힌다. 2024년 총선 패배→12.3 계엄→윤석열 탄핵→2025년 대선 패배 이후 치르는 내년 선거마저 패한다면 국민의힘은 생존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위기에 놓인 범보수진영의 유일한 활로는 ‘원팀’뿐임을 강조한 것이다.
범보수진영은 윤석열정권을 거치면서 친윤(윤석열)과 비윤, 개혁신당으로 분열됐다. 국민의힘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은 윤석열 탄핵에도 불구하고 8월 전당대회에서 장동혁체제 당선으로 주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친한(한동훈)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비주류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나간 개혁신당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있다.
이들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다. 장 대표는 대표 당선 직후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 오히려 당을 위험에 빠트리는 분들, 당을 계속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강성보수 성향의 이호선 국민대 법무대학원장을 당무감사위원장에 앉혔다. 친한을 겨냥해 칼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장동혁을 반대했던 친한은 당 지도부와 친윤이 친한을 겨냥해 칼을 휘두른다면 정면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장 대표가 장외집회에 나서자 “‘황교안의 길’에 함께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범보수 일각에서는 내년 선거 승리를 위해 ‘원팀’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원팀’ 여부는 두 가지 대목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비윤 인사에 대한 공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공천 협력이다.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일부 친한 원외인사는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장 대표가 선거 승리가 절박하다면 계파 구분보다 경쟁력을 공천의 최우선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내년 재보선 후보를 공천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전한길씨’라고 답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제각각 공천을 고수한다면 보수표 분열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범보수 일각에서는 합당이나 최소한 공천 협력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양당 사이의 묵은 감정으로 인해 ‘원팀’ 논의는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비주류로 분류되는 전직 의원은 14일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이) 패한다면 당은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가 이 판국에 친윤, 비윤을 따진다면 그건 해당 행위에 가깝다. 비윤이더라도 경쟁력이 입증된 인사라면 공천해야 한다. 개혁신당과도 공천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게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보수진영이 살 길”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