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TK 유권자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때다

2025-10-15 13:00:02 게재

내년 6월 3일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미 추석 연휴 현수막에서 시작됐다. 아직 8개월이나 남았지만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이들의 인사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었다.

내년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승부처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기대선 승리 후 지방권력까지 장악해 정국 주도권을 지속하려 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비상계엄과 윤석열 탄핵으로 정권을 빼앗긴 후 기울어진 여론흐름을 되돌리려 총력전을 펼 게 분명하다.

그러나 대구경북(TK)은 이와 무관하다. 여야 모두로부터 관심 밖이다. 여당에겐 난공불락의 적진이고 야당엔 텃밭일 뿐이다. 과거 8번의 지방선거에서 TK의 민심향배는 한결 같았다. 보수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결과가 뻔한 선거였다.

내년 지방선거도 이변은 없을 듯하다. 국민의힘 경선 결과 발표일이 곧 TK의 지방선거일이다. ‘공천자=당선자’ 등식은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사실 추석 연휴 현수막을 내건 인물들도 대부분 국민의힘 쪽이다. 민주당쪽 인사는 현직 당직자나 현역 지방의원 등이 전부다. ‘야화여빈(野華與貧)’이다.

가장 관심이 많은 시장과 도지사 후보군을 보면 더 확연해진다. 국민의힘 쪽에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 도전하려는 출마예정자가 줄잡아 각각 10여명은 된다. 역대급이다. 대구시장은 현재 무주공산이고 경북도지사도 ‘건강리스크’로 흔들리고 있어 후보군들 입장에서는 빈자리나 마찬가지다.

반면 민주당은 출마자를 차출해야 할 상황이다. 집권여당 체면에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없을 터. 집권 1년차의 힘 있는 여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 하나 낼 수 없으니 내년 시장과 도지사 선거의 결과도 보나마나다.

이런 상황은 유권자들도 곤혹스럽게 만든다. 국민의힘 출마예정자들 중에서도 옥석은 가려야 하는데 쉽지 않아서다. 평생 국회의원을 지내다 고향 단체장이나 하면서 노후를 보내려는 이, 국회의원에 떨어져 오갈 데 없는 이, 기초단체장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급’이라도 높여보려는 이 등. 속된 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TK민심은 벌써부터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덕도공항 국비추진과 해양수산부 이전 등의 정부 여당 수혜를 보는 ‘부산울산경남’이, 여야후보를 수시로 바꾸며 실리를 챙기는 대전충남권이 부러울 지경이다. 육지속의 섬처럼 갇히고 쪼그라드는 절체절명의 위기인데도 TK를 살릴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추석연휴 밥상 민심이다. ‘하고잡이’는 많은데 ‘돼야할 사람’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방자치 30년 동안 오직 한 정당 후보에만 표를 준 TK 유권자의 대오각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세호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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