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여수광양산단 전기로 ‘재충전’
전기요금 대폭 절감 추진
기업 “경영에 크게 도움”
전남도가 세계적 공급 과잉 등으로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과 철강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대폭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3조5000억원 규모 에너지 절감방안이 추진되면 기업의 원가 절감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15일 전남도에 따르면 석유화학과 철강 등 지역주력산업이 밀집한 여수산단과 광양산단은 세계적 공급과잉과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세 정책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GS칼텍스 등 294개 기업이 입주한 여수산단은 평균 가동률이 지난해 기준 78.5%로 크게 떨어졌다. 포스코 광양제철 등이 입주한 광양산단 역시 85% 전후로 낮아진 상태다. 가동이 크게 줄면서 여수 석유화학기업 수출이 2023년 대비 지난해 8조4000억원, 생산이 11조6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광양 철강기업 역시 수출이 11%, 생산이 9.4% 줄었다. 이에 정부와 기업이 석유화학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구조조정과 함께 시장 다변화 등으로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 역시 정부 정책에 맞춰 전기요금 절감 방안을 신속히 추진해 기업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1년(105.5kwh/원) 대비 2024년(182.7kwh/원) 73%나 상승했다.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여수산단 입주업체는 지난해 전기요금으로 2조1000억원 정도를 냈고,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광양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절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전기요금을 크게 낮추는 방안이 있다면 모두가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전기요금을 2021년 수준으로 낮추면 연간 2100억원 정도를 절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예측에 따라 내년부터 대규모 공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와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ESS는 5GWh로 고성능 전기차 6만2500대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하루 중 전기요금이 쌀 때 저장했다가 비쌀 때 공급하면 차액만큼 기업에 이익이 돌아간다. 이 같은 방법으로 연간 전기요금 1500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전남도 분석이다. ESS 설치에는 모두 2조5000억원이 투입되며, 이 예산은 국비와 민자로 충당한다.
ESS와 함께 산업단지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도 추진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특정지역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 저장 공급하는 소규모 전력망이다. 정부는 최근 전남을 시범 실증지역으로 선정했고, 내년에 대학과 농공단지, 군부대와 공항에서만 추진한다. 이에 전남도는 여수와 광양 산단도 시범지역에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 사업에는 국비 7000억원과 민자 3000억원이 투입된다. 중장기적으론 국가산단을 재생에너지(RE100) 산단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추진될 예정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근 두가지 사업을 산업통상부에 건의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면서 “예산은 정부의 협조를 얻어 국회에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