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혐의 박성재 구속영장 기각

2025-10-15 13:00:15 게재

휴대폰 데이터 삭제 정황 제시했지만

법원 “도주·증거인멸 소명 부족” 판단

‘직무유기·정치중립 위반’ 조태용 소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불법한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윤석열정부 국무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내란 우두머리 방조 의혹을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내란 특검팀이 박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내란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정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박 전 장관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새벽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이나 피의자 출석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박 전 장관은 인권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핵심 업무로 하는 법무부 장관임에도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순차적으로 내란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회의를 소집했는데 이 자리에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하고, 교정본부에도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계엄 선포 이후 주요 체포 대상자들의 출국을 금지하고 정치인과 포고령 위반자 등의 구금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다.

특검팀은 전날 영장심사에서 230쪽 분량의 의견서와 120쪽 분량의 PPT 자료 등을 토대로 박 전 장관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박 전 장관의 휴대폰에서 구치소 수용 현황 관련 보고를 받은 데이터가 삭제된 점, 이후 휴대폰이 교체된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이 그동안 계엄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계엄 당일 대통령실에서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보고 메모하는 장면 등이 담김 CCTV 영장도 제시했다고 한다.

반면 박 전 장관측은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부당한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장관측은 합수본 검사 파견 검토나 출입국 담당직원 대기, 구치소 수용 여력 확인 지시 등은 계엄 상황에서 법무부가 해야 할 통상적인 업무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도 일정 부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 이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조사해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한 뒤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특검팀은 예정된 수사 일정을 진행하면서 박 전 장관의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이 위법성을 놓고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영장 재청구의 실익이 없다고 보고 박 전 장관을 곧바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조 전 원장을 12.3 내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로 호출됐던 조 전 원장은 국가기밀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장으로 비상계엄 전후 상황 전반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계엄선포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국정원장의 직무를 유기하고, ‘체포 명단’을 폭로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CCTV영상을 국민의힘측에만 제공해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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