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소통 공간된 서울시 ‘어르신 놀이터’

2025-10-16 13:00:02 게재

내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한곳씩

운동 넘어 관계까지, 생활밀착복지

서울 곳곳에 생겨나는 ‘어르신놀이터’가 도심속 고립과 단절을 완화하는 복지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25개 자치구별로 1곳씩 ‘어르신놀이터’를 조성한다고 15일 밝혔다. 2022년 구로구 고척근린공원에 첫 시범시설이 문을 연 뒤 현재 13곳이 운영 중이다.

서울시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공간은 어르신들의 신체 건강은 물론 우울감 완화, 사회적 관계 회복에도 일정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작지만 생활 가까운 복지 실험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낡고 오래된 동네 공원이던 양천구 장수공원이 어르신을 위한 건강·소통 공간으로 변신했다. 어르신 등 이동 약자를 위한 전용 트랙(노란선), 운동능력이 떨어진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운동 장비 등을 갖추고 있어 하루 평균 300명이 찾는 동네 명소가 됐다. 사진 양천구 제공

놀이터는 기존 어린이놀이터나 성인체육시설과 달리 노인의 신체 능력과 일상생활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손 자전거·징검다리 건너기·뱀다리 걷기 같은 운동기구가 설치돼 근력과 균형,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모든 시설은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이들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 설계’가 적용됐다.

만족도는 매우 높다. 지난해 조사에서 이용자 9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접근성, 친구·이웃과 교류, 연령대에 맞는 운동기구 등이 주요 이유였다.

양천구 장수공원 어르신놀이터는 하루 평균 200여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70대 이용자는 “예전엔 경로당에만 있다가 집에 머물기 일쑤였는데, 여기선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난다”며 “몸에 맞는 기구 덕분에 매일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놀이터는 건강과 관계 회복을 동시에 겨냥한다. 전문가들은 신체활동이 활발해지면 인지기능이 유지되고 우울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1인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웃과 대화를 나누며 외출 빈도가 높아지고 일상 루틴이 생기면서 삶의 활력이 커지는 것이다. 중장년 고독사 예방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최근엔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성북구 정릉실버복지센터처럼 건물 옥상에 놀이터를 조성한 사례도 있다. 공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실내·옥상형 모델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시는 ‘서울형 어르신놀이터 조성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회교류시설 15종, 신체강화시설 47종, 정서힐링시설 15종 등 77종의 맞춤형 시설을 제시했다.

해외에서도 고령층 놀이터는 빠르게 확산 중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1995년 처음 도입한 ‘파라 파르크(Parc para mayores)’는 유럽 각지로 퍼졌고 핀란드 헬싱키의 ‘에르니 공원’은 하루 평균 300명 이상이 이용한다. 노년층의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평가받는다. 서울시 시도가 국제적 흐름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강사와 운동지도사를 배치해 프로그램형 놀이터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체력 단련뿐 아니라 음악, 미술,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접목하면 참여율과 건강 효과 모두 높일 수 있다.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얻는 ‘가성비 높은 복지사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서울시는 단기적으로는 자치구별 1개소, 향후엔 100개소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 중이다. 시설과 장비를 보강하고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어르신놀이터는 단순한 운동공간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활복지의 새로운 모델”이라며 “앞으로 더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돕기 위한 다각적인 어르신 정책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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