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재산정해야

2025-10-16 13:00:02 게재

1심 665억원→2심 1조3808억원→대법, 파기 환송

대폭 축소 조정될 듯 … 최 회장 경영권 안정에 도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서 재산분할 금액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이 최 회장의 SK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재산’으로 인정해 2심에서 선고한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금액을 재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오전 10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1조3808억여원의 재산분할과 위자료 2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이자, 지난해 5월 2심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2015년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면서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옛 대한텔레콤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으로 볼 것인지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나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부부별산제를 채택하는 민법은 부부가 각자 관리·사용·수익하는 특유재산은 이혼하더라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한다.

1심은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해 5월 양측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보고 그중 35%인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주라며 재산분할 액수를 대폭 상향했고 20억원의 위자료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어 분할액이 20배(665억원→1조3808억원)가 됐다. 천문학적 재산분할 배경에는 지금의 SK그룹이 있기까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또 다른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측에 유입됐는지였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선대회장의 기존 자산과 함께 당시 선경(현 SK) 그룹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반면 최 회장측은 SK주식이 1994년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2억8000만원으로 취득해 부부 공동재산이 아니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이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가 원고(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노태우의 금전 지원을 피고(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원심판결 중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파기환송심에서 재산분할액이 다시 조정돼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파기 환송심이 나올 때까지 일정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 경영권 안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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