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 재판에…바람잘날 없는 쿠팡
검색순위 조종 혐의로 재판행 … 퇴직금 체불로 국회서 ‘뭇매’
전자상거래 1위 기업 쿠팡이 퇴직금 체불 등으로 국정감사장에서 뭇매를 맞는가 하면, 검색순위 조종 혐의로 재판에 불려나가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일단 자사제품 위주로 상품 검색 순위를 조종한 혐의와 관련한 형사 재판이 15일 시작됐다. 쿠팡 법인과 자체상표(PB) 전담 자회사 씨피엘비(CPLB)는 이날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8단독 이준석 판사 심리로 열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첫 재판에서 “(상위 노출)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목적성은 없었다”며 “법리적 측면은 물론 사실 측면에서도 유죄로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과 CPLB는 2019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5년여 동안 쇼핑몰 검색순위인 ‘쿠팡랭킹’에 직매입·PB상품 5만1300개에 대해 객관적 산출 순위를 무시하고 16만여회에 걸쳐 임의로 순위를 지정해 상위에 고정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0년 1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일정 범위의 직매입·PB상품에 최대 1.5배까지 가중치를 주는 방법으로 상품 검색순위를 조정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올해 5월 “쿠팡은 랭킹 순위가 판매실적, 사용자 선호도, 상품정보, 상품정보 충실도, 검색 정확도 등을 평가해 객관적으로 산출된 순위인 것처럼 소비자에게 고지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쿠팡의 이런 행위가 물류·배송시스템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2017~2018년의 자본잠식과 영업손실 만회를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에서 쿠팡측 변호인은 “온라인 쇼핑 업체가 유명한 제품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비교해 제시하는 행위에 대해 행정제재는 물론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쿠팡은 중개상품 판매 업체를 동반 성장 업체로 인식하고 있다. 쿠팡몰에 입점한 중개판매업체를 경쟁자로 보고 고객을 유인했다는 전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검색순위 조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해 8월 1628억원 과징금을 확정했고 이는 국내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였다.
쿠팡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에서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5차 변론기일에서는 쿠팡은 “직원을 추가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공정위는 “변론을 종결하자”고 맞선 바 있다.
재판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쿠팡은 뜨거운 논란 주제다.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는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일용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취업규칙을) 다시 원복(원상복구)하는 것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쿠팡CFS는 지난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일용직 퇴직금 지급 기준을 변경한 바 있다. 1년 이상 근무하더라도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 일한 기간이 한 주라도 발생하면 근속 기간을 초기화하도록 이른바 ‘리셋 규정’을 도입했다.
쿠팡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퇴직금 체불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윗선의 외압으로 무혐의 처분됐다는 의혹이 커지면서다.
이에 대해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문지석 부장검사는 15일 국감에서 검찰 지휘부가 핵심 증거를 누락해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상급자인 엄희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줬다는 내용이다.
문 검사는 “김 차장검사가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고 다른 청에서도 다 무혐의로 한다’ ‘괜히 힘빼지 마라’ 등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엄 지청장이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따로 불러 쿠팡 사건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 당시 엄 지청장은 사건 기록을 하나도 안 본 상태인데 수사 검사를 직접 불러 처리를 지시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문 검사는 “검찰이 쿠팡을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 정도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았으면 좋겠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모든 공무원이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쿠팡측 관계자는 16일 “퇴직금 불이익을 받은 노동자의 규모, 액수를 파악하는 작업과 기존 취업규칙을 되돌리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박광철·김은광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