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부동산 대전’ 격화
10·15 대책 놓고 정면충돌
보유세까지 거론, 공방 확산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대책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반박과 재반박, 비판과 지적이 이어지며 양측 신경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논란의 중심은 정부가 발표한 ‘서울 전역 규제지역 지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16일 서울시 정비사업연합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은 재개발·재건축에 부정적”이라며 “부동산 안정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사실상 정부 대책이 공급 확대에 주력하는 서울시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정비사업연합회 측은 오 시장을 거들었다. 김준용 회장은 “정부가 정비사업을 집값 자극 요인으로만 본다면 서울의 노후 주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정책의 초점이 주거 안정과 생활환경 개선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서울시가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활성화를 밀어붙인 결과 재건축 기대감이 과열됐다”며 책임을 서울시에 돌리고 있다. 민주당 역시 “서울시의 개발중심 정책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재건축은 투기가 아니라 도시 재생과 주거 복원의 문제”라며 재반박에 나섰다.
지방의회도 거들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17일 시의회 앞에서 ‘이재명정부 부동산대책 규탄대회’를 연다. 이들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 대책은 사실상 부동산 계엄령”이라며 “민간 활력을 옥죄는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양측 공방에는 정치적 셈법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힘 시의원들은 이번 대응이 오 시장에게 힘을 보태주는 동시에 자신들의 선거 행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오 시장측도 “재건축 사업 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내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공급 중심의 서울시 부동산대책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책 대립을 넘어선 ‘정치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민주당은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오르고 유권자 구성이 바뀌어 표가 떨어진다는 속내를 갖고 있고 국민의힘은 공급 확대만이 집값 안정 해법이라는 단순한 인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힘을 합쳐도 모자란데 서로 싸우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규제 논쟁만 반복된다면 서울의 주택 공급 기반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 공방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 명분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나 종부세 강화 등 세제 강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맞선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통해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부동산 대전이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