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계좌로 대포통장…1천억원 세탁
경찰, 총책·유령법인 대표 등 31명 검거
필리핀 해외총책, 인터폴 적색·은색 수배
“월급식으로 수당을 주겠다”며 고령층을 꾀어 받은 계좌로 대포통장을 만들고 유령법인을 세워 범죄수익 1200여억원을 세탁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자금융거래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범죄단체 활동 등 혐의로 총책과 유령법인 대표 등 31명을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총책 등 범죄 가담 정도가 큰 6명은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필리핀에서 범죄수익 세탁을 지시한 해외총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체포를 위한 피의자 정보 공유)와 은색수배(범죄수익 동결) 조치하는 등 국제 공조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2019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남 지역에서 수입이 없는 고령층을 모집해 114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485개의 대포계좌를 개설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총 223건의 보이스피싱 범죄로 얻은 1228억원이 대포통장들을 거쳐 현금과 달러로 출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출금 시 은행 측의 의심을 피하려 회사직원으로 위장한 조직원이 유령법인 대표와 동행했다.
총책과 중간책 등 조직원들은 계좌 명의자의 조직 이탈을 막기 위해 150만~200만원의 월급 명목 수당과 명절상여금을 지급했다. 명의자들 또한 과거 직장동료 등 지인에게 ‘법인을 세우면 돈을 받을 수 있다’며 범죄로 끌어들였다.
작년 5월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그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포계좌 거래이력 분석 등으로 유령법인과 계좌를 특정했다. 이후 올해 3월 조직원 3명 검거를 시작으로 이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5~6월에는 국내 총책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현금·수표 2억5000만원과 명품시계, 법인통장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34억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으며, 대포통장에 남아있는 42억원에 대해서도 몰수를 추진 중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