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투기와의 전쟁’…‘내로남불 공세’ 버텨낼까
문재인정부 핵심인사 잇단 부동산 스캔들 … 전쟁 패배 자초
국힘 “김병기 잠실 아파트 갭투자” 내로남불 공세 확전 예고
22대 국회의원 중 강남 3구에 집 보유 국힘 33명, 민주 20명
이재명정부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어떻게든 투기를 막아 부동산 안정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정부 당시 ‘투기와의 전쟁’이 야권의 내로남불 공세에 흔들리다가 좌초됐던 전례를 기억한다. 이번에는 이재명정부가 야권이 제기하는 내로남불 프레임을 극복하고 ‘투기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는 5년 동안 28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투기세력을 압박했지만, 결국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했다. 시장을 이기지 못한 부실 정책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지만, 문재인정부 핵심인사들이 잇따라 부동산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스스로 실패의 수렁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투기를 막겠다는 문재인정부 핵심인사들이 투기 의혹에 연신 휘말리니, 야권의 내로남불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구역 상가건물을 16억원의 부채를 안고 25억7000만원에 매입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강남과 잠실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1주택을 제외하고 처분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사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초 아파트와 청주 아파트 중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는 등 잇단 부동산 스캔들을 자초하면서 야권의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기 힘들었다.
물론 상당수 야당 의원도 강남 3구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 중이었지만, 국정을 책임진 여권에게 여론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정부가 다시 ‘투기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내로남불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벌써부터 논란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가 보유한 30억원대 송파구 아파트가 야권의 표적이 된 것.
김 원내대표는 16일 “수 억, 수 십 억 빚내서 집 사게 하는 것이 맞나. 빚 없이 집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게 맞다” “민주당은 정부와 합심해 불법 투기 행위를 철저히 막고, 무주택자와 청년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송파구에 30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지역구인 동작구에 전세 사는 김 원내대표를 겨냥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조정훈 의원은 16일 “더 화가 나는 건 내로남불이다. 올 3월 공개한 재산내역을 보면 김 원내대표는 잠실 장미아파트 45평을 보유하고 있다. 전세입자까지 받은 소위 ‘갭투자’이다. 호가로 40억짜리 재건축 대상 아파트다. 동작구 전세집은 잠실보다 투자가치가 낮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1998년 장미아파트 11동을 구입해 입주했고, 2003년 8동으로 이사 후 13년간 거주했다”며 “당시에는 재건축의 ‘재’자도 나오기 전이다. 제가 실거주했으니 갭투자와도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2016년 지역구인 동작구로 이사했고, 장미아파트는 전세를 줬다.
류제화 국민의힘 세종시갑 당협위원장은 “김 원내대표는 2016년 당시 장미아파트 재건축 호재를 기대하고 실거주하지 않으면서 전세 끼고 계속 소유하기로 한 것 아닌가. 그게 갭투자 아닌가”라고 재반박했다.
야권의 내로남불 공세는 여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빚내서 집 사는 게 투기라면, 대통령실 A비서관(아파트 취득 시 12억7200만원 대출) 민주당 B의원(아파트 취득 시 3억2800만원 대출), 민주당 C의원(아파트 취득 시 3억1400만원 대출). 이들도 투기세력이란 건가”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권혁기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은 서초동 2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14억7000만원 영끌 대출받아 샀다던데, 권력자들만 집 사고 일반국민은 서울에 집 사지 말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여권 핵심인사들을 겨냥한 추가적인 내로남불 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24년말 기준 국회의원 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54명이다.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이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 20명, 개혁신당 1명이었다.
다주택자도 국민의힘 36명, 민주당 27명, 개혁신당 1명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