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글로벌 8위 자리 불안…대만 선사와 역전·재역전
양밍, 8월에는 HMM 추월 … HMM, 16일 친환경 ‘컨’선 12척 발주로 뒤집어
해상운임 하락 속 실적 악화도 뚜렷 … 부산이전·정부지분 매각 등도 변수
국내 최대 해운기업 HMM이 국내외 상황변화에 흔들리고 있다. 선복량 기준 세계 10위권 선사들의 생존 경쟁 속에서 HMM보다 뒤에 있던 대만의 양밍, 완하이가 선박 발주를 확대하면서 HMM과 업치락 뒤치락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
본사 부산이전 문제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정부출연기관인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구체적인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경쟁력 높이기에 집중해야 할 HMM의 집중도를 분산시키고 있다.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사업 이후 대규모 투자 없어 = HMM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지나 아시아에서 북미,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유일한 국적선사다. 2010년대 글로벌 선사들의 ‘치킨게임’ 속에서 한진해운이 폐업(2016년)한 이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으로 친환경·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고 글로벌 선사들과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을 맺으면서 경쟁력을 정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해상운임이 폭등하면서 2022년에는 매출액 18조5828억원, 영업이익 9조9494, 당기순이익 10조117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업이익률도 53.5%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와 홍해사태(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로 고공 행진한 해상운임이 올해 선복량 공급 과잉 기조 속에서 미·중 무역전쟁 등이 겹치며 하락세를 이어가며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HMM은 2분기 영업이익률이 8.9% 수준으로 떨어졌고, 4분기 중에는 적자를 기록하는 달도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8월 기준 북미서안과 북미동안 항로가 적자로 돌아섰다. 북유럽 항로도 손익분기점이 위태롭다. 글로벌 선사들이 생존하기 위해 합종연횡하는 얼라이언스에서 HMM이 매력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여부도 위협받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8월말 기준 HMM의 선복량(신조 발주선박 포함)은 6m 길이 컨테이너 101만4161개를 실을 수 있는 101만4161TEU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유지해온 8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HMM보다 두 단계 낮은 10위를 유지하던 대만의 양밍이 111만1315TEU로 HMM을 밀어내고 8위로 올라섰다. 양밍은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과 함께 HMM이 가입한 해운동맹 프리미어얼라이언스 회원사다. 올해 3월 78만8893TEU로 10위였지만 5개월만에 33만TEU를 추가 발주하며 덩치를 키웠다.
반면 HMM은 3월 99만4867TEU에서 2만TEU 규모만 더했다. 이 사이 HMM은 임원진 교체와 지분매각(민영화)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고,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부산이전 이슈도 더해졌다. 주식회사지만 정부기관의 지분이 70%가 넘는 공기업 성격을 가진 채로 민간과 공기업의 단점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한 상태다. 11위에 있는 대만선사 완하이도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완하이는 3월 84만1178TEU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8월 10위로 밀려난 이스라엘선사 짐(ZIM)을 바짝 추격하며 HMM을 위협하고 있다.
HMM보다 한 단계 앞에 있던 대만선사 에버그린은 259만7595TEU로 HMM을 두 배 차이로 따돌리며 7위를 고수했다. 글로벌 1위인 스위스 MSC는 9018683TEU로 2위 CMA CGM(프랑스. 550만1377TEU), 3위 머스크(덴마크. 526만1304TEU)를 더욱 크게 따돌렸다. MSC가 선복량을 대거 확대하면서 해운시장 불황기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험이 분산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지적도, 해운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어 견딜 수 있다는 전망도 모두 나오고 있다.
MSC는 항만투자도 확대해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이들 3개사를 뒤이어 중국 코스코(COSCO)가 454만1348TEU로 4위다. 1~4위 선사들은 시장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하팍로이드(279만3785), 일본 ONE(275만8478TEU), 대만 에버그린이 5~7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모두 250만TEU 이상으로 해운동맹 재편기에도 합종연횡을 주도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HMM이 속한 8~10위권은 1~7위권 선사들이 손잡아주지 않으면 해운동맹 형성을 주도하기 어렵다. 2028년에 있을 얼라이언스 재편기에 생존위협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해운동맹 재편기 대응한 생존력 갖춰야 = HMM은 16일 1만3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12척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다고 공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에 8척, 한화오션에 4척으로 투자규모는 3조500억원이다.
HMM은 이번 발주가 2018년 ‘빅 오더’ 이후 7년 만에 진행됐다고 밝혔다. 7위와 격차가 벌어지고 10위에 있던 양밍에 덜미를 잡힌 후 내린 결정이다.
이번에 발주한 선복량 15만6000TEU를 합치면 HMM은 117만161TEU로 다시 양밍을 제치고 8위에 오른다. 그러나 2028년 얼라이언스 재편기에 프리미어얼라이선스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 ONE와 협력이 어떻게 될지는 변수다.
발주한 12척은 모두 LNG를 연료로 하는 친환경 컨테이너선이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LNG 연료는 즉시 적용 가능할 수 있는 저탄소 연료로 꼽히고 있다.
HMM이 노르웨이 선급협회(DNV) 보고서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LNG 연료는 기존 연료 대비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23% 이상, 질소산화물(NOx)은 80% 이상, 황산화물(SOx)은 99% 이상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락슨리서치는 지난해 발주된 선박 중 절반이 대체연료 선박이며, 이 중 70%는 LNG를 연료로 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HMM은 기존에 확보한 9척의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과 2척의 LNG 연료 컨테이너선에 더해 친환경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HMM은 2018년 2만4000TEU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3조1532억원)을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빅3 조선사에 발주한 바 있다.
이후 2021년에는 1만3000TEU급 12척(1조7776억원), 2023년에는 메탄올 연료 9000TEU급 9척(1조4128억원) 등을 국내 조선소에 발주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