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재활용의 거짓말

재활용률 86%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2025-10-20 13:00:01 게재

“열심히 분리해 배출했다. 비용도 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누구의 책임인가?” 매일 아침 플라스틱과 종이를 꼼꼼히 분리하며 환경을 위한다고 믿어온 우리에게 던져진 날카로운 질문이다.

공학박사이자 국회 보좌관으로 순환경제 정책을 다뤄온 저자는 우리 사회의 재활용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재활용률 86%라는 화려한 수치가 실제로는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다시 자원으로 쓰이는 비율은 20% 남짓에 그친다. 소각되는 양까지 재활용 실적에 포함하는 통계 산정 방식 때문이다.

문관식 / 헤르몬하우스 1만7000원

저자는 탄탄한 현장 취재와 전문적 시각으로 이러한 재활용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친다. 시민들이 힘들게 분리배출을 해도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소각장으로 향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 성과 관리에만 몰두하는 행정, 값이 떨어지면 곧바로 태워버리는 시장이 제각각 돌아가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도 한다.

“정의가 흐려지면, 정책도 흐려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무엇을 재활용이라 부를 것인지부터 다시 정의하자고 제안한다.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일상에 자리 잡은 지금, 오히려 근본으로 돌아가 시스템 전체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진단이다.

비판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는 시민들의 분리배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와 정책, 사회적 합의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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