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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과 우리 사회 포용성

2025-10-20 13:00:02 게재

약 5년 전 해외 기후금융 전문가들이 마련한 공부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기후 관점을 적용한 새로운 금융 시장의 흐름도 흥미로웠지만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발표 자료 파워포인트 마지막 페이지였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들 남녀 비중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글씨였지만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도 아닌, 대기업도 아닌 작은 싱크탱크에서 해당 부분까지 신경 쓰다니 신선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젠더 참여 비중을 평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말이죠. 전문가들은 오히려 기자의 질문에 당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사항인데… .” 라며 그 어려운 금융공학 이야기도 척척하던 이들이 말을 더듬었죠.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숨을 쉬듯이 자연스러원 사항이었기에 특별히 질문이 나올 거라 생각을 못 했던 겁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 현장을 취재하면서 갑자기 5년전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에너지분야 공무원들과 산하기관장들이 참석한 자리였는데, 한쪽 성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했습니다. 물론 억지로 성별 비중을 맞추기 위해 실력도 없는 이들을 안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16일 제429회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 현장. 사진은 인공지능으로 합성한 이미지. 사진 김아영 기자, 클립아트코리아

이재명정부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탄소문명을 종식하고 탈탄소 녹색문명으로의 대전환을 내세우며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켰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새로운 체제로의 변화를 강조했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체가 재부팅이 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발생하고 예상치 못하게 소외당하는 이들도 생길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몇 퍼센트 식의 숫자에 얽매여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목소리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사회 전반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변화이니까요.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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