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낸 뒤 ‘심신미약’ 부당해고 주장…법원 기각

2025-10-20 10:11:37 게재

심신미약 상태에서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돼 부당해고됐다며 소송을 낸 직원이 법원에서 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989년 한 협동조합에 입사한 A씨는 지난해 1월 B지점으로 전보됐다. A씨는 전보된 지점에 처음 출근한 다음날 응급실에 입원했고, 이후 10일간 휴가를 사용했다. A씨는 다음달인 2월13일 출근한 지 20분 만에 지점장을 만나 자필로 작성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는 본점에 전달됐고, 조합은 이튿날 해직 처리했다.

그런데 A씨는 사직서 제출 3시간이 지난 시점에 지점장에게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며 사직 의사를 철회하고 휴직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합이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중노위 역시 재심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중노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조합장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부당 전보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응급실에 실려 갔고, 지점장의 독촉으로 출근해 극심한 불안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사직원을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직서 제출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의학적·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응급실 진료와 정신과 진단은 있지만 사직서 작성 시점의 판단능력 상실을 입증할 증거로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점심 무렵 사직을 철회했다는 주장도 인사담당자, 지점장과의 통화 및 메시지 내용을 살펴봤을 때 명확한 사직 철회 의사가 없었다며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A씨와 조합의 근로관계는 사직 의사가 조합에 수리됨으로써 종료된 것”이라며 “조합이 A씨를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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