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동 1호 목곽묘, 신라 사회상 복원 실마리

2025-10-20 13:00:05 게재

적석목곽분으로 이어지는 과도기형 무덤 … 순장 인골 등 4~5세기 장례문화 실체 드러나

경북 경주 황남동 대릉원 일원에서 확인돼 20일 발표된 ‘1호 목곽묘(덧널무덤)’이 신라 무덤 구조 변천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발굴은 단순히 장수의 무덤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라 고분이 어떻게 대형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으로 발전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경주 황남동 120호분 적석목곽분 밑에서 이전 시기에 먼저 조성됐던 황남동 1호 목곽묘를 새롭게 확인했다. 사진은 황남동 1호 목곽묘 현황. 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이번에 확인된 황남동 1호 목곽묘는 4세기 말~5세기 초 무렵, 신라가 중앙집권 체제를 갖추어 가던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묘곽 주위를 돌로 채운 ‘반지상식 이혈주부곽식’ 구조로, 전통적인 목곽묘와 후대 적석목곽분의 특성을 모두 지닌 과도기형 무덤이다.

연구진은 “봉분 형태와 석재 배치에서 신라 고분이 점차 대형화·지상화되어 가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곽에서 확인된 순장(殉葬) 인골은 신라 장례문화 연구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 다리를 ‘O’자 형태로 구부린 자세로 매장된 인골은 당시 희생 의례의 실제를 보여주는 희귀한 사례로, 주인공을 생전에 보좌하던 시종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그간 순장자는 대부분 파편 형태로만 확인됐는데, 이번에는 전신 상태로 온전히 남아 있어 신라 장례 풍습과 위계 구조를 복원할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황남동 1호 목곽묘는 신라 고분 구조 변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복원한 사례”라며 “무덤의 주인공이 군사적 지위뿐 아니라 정치적 역할도 겸한 최고위층 인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발굴성과 공개에 맞춰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 전역을 신라 황금문화의 빛으로 물들인다.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첨성대에서는 미디어 퍼사드 ‘별의 시간’과 ‘황금의 나라’가 상영된다. 조선 시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1400여개 별자리를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구현해 은하수와 혜성이 흐르는 장면을 담아낸다.

또한 통일신라 시대 정원 문화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알려진 구황동 원지 일원은 야간 조명으로 꾸며진 ‘빛의 정원’으로 변신한다. 신라 지배층의 정원 문화를 재현한 이곳은 같은 기간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일반에 개방된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은 2018년 착수 이후 황남지구 월성 구황동 등 경주 주요 고분군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번 황남동 1호 목곽묘 발굴은 그 성과 중 하나로, 향후 적석목곽분의 형성과 신라 장례문화의 사회사적 의미를 규명할 주요 연구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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