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닭볶음면이 코카콜라처럼 되려면 … K푸드 성공의 조건
브랜드 투자·현지화로 ‘대체불가 고유명사’
매운맛 아닌 문화상징으로 ‘불닭’ 키워야 … 코크 못넘은 펩시 ‘타산지석’
‘우리나라에도 코카콜라(탄산음료)나 맥도날드(햄버거) 같은 글로벌(세계) 음식 브랜드는 나올 수 없을까’
최근 라면과 감밥을 중심으로 K푸드가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 물음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지난해 한국식품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어도 품목별로 따져보면 유의미한 성장을 한 것은 라면뿐이기 때문이다.
21일 유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2024년 라면수출은 전년대비 31% 늘어난 12억5000만달러로 전체 식품수출 성장을 이끌었다. 가공식품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까지 커졌다.
반면 김치소스 음료 등은 제한적인 성장 내지 정체였다. 라면을 뺀 한국식품 수출은 일시적 유행이거나 K팝 같은 한류인기에 편승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아직까진 코카콜라 맥도날드와 견줄만한 K푸드는 없는 셈이다.
다만 라면, 특히 삼양식품 ‘불닭’ 제품만큼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9년 여간 그 기세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후 상반기까지 국내외에 80억개 이상을 팔았다. 82억 세계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세계인구가 한번씩은 맛본 꼴이 된다.
불닭볶음면 2023년 수출액은 내수판매액(1600억원)의 4배인 6800억원에 달했다. 중국 미국 일본 등 10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4800억원어치 수출했다. 해외에선 ‘불닭 열풍’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이 음식료업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배경은 매운맛 제품이 아닌 ‘불닭’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에 있다”면서 “불닭은 소비자 인식속 고유명사로 자리잡아 단순 제품복제로는 대체할수 없는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가치만 600억달러가 넘는 코카콜라에 견줄순 없지만 코카콜라 ‘전철’을 빠르게 따라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만큼 코카콜라를 알면 K푸드 성공방식을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저비용 고효율’ 해외사업시스템 = 코카콜라는 2024년 인터브랜드 기준 세계 7위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상위 10개 브랜드 중 음식료 브랜드는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뿐이다.
식음료업종 통틀어선 이 부문 1위다. 코카콜라는 1886년 처음 세상에 나왔다. 139년된 세계 최초 콜라브랜드다.
코카콜라는 초기부터 광고 병디자인 이미지관리 후원활동 등을 통해 브랜드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1940년초엔 코크(Coke)라는 단어를 미국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했다. 코카콜라와 함께 법적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브랜드 투자에 진심이었다는 얘기다.
코카콜라는 또 현지지역중심 사업구조를 일찍부터 추진했다.
코카콜라 본사와 해외 ‘병입 협력사’들로 구성한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본사에서 농축액 시럽을 제조 판매하고 본사에서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을 맡는다. 본사가 세계 여러나라에 직접 음료를 대량으로 생산해 유통하는 구조가 아니다.
때문에 코카콜라는 자산(투자금)을 적게 들이면서 세계적으로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하며 시장을 키울 수 있었다. 1920년 구축한 이 시스템 덕분에 1940년대 이르러 급속도로 해외 판매망을 확대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코카콜라 해외진출국은 이미 200곳이 넘었을 정도다. 일찌감치 ‘저비용 고효율’ 해외사업 시스템에 눈을 뜬 셈이다. 현재 코카콜라 세계탄산음료시장 점유율은 46.6%로 2위인 펩시(18.8%)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미국내 탄산음료시장 점유율 역시 47.7%로 펩시(23.8%) 2배다.
한 연구원은 “코카콜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앤온리(One&Only 유일무이) 브랜드로 자리잡아 세계음식료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문화상징으로 발전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유일무이 브랜드자산 구축에 성패 = 코카콜라보다 7년 늦게 탄산음료사업에 뛰어든 펩시는 단한번도 어느 대륙에서든 코카콜라를 앞지른 적이 없다. 왜일까.
한 연구원은 “모든 건 브랜드 투자 공백에서 비롯됐다”고 잘라 말한다.
펩시는 시장진입도 늦었지만 브랜드보단 덩치키우기에만 열중했다.
펩시는 코카콜라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1965년 ‘프리토 레이’와 합병 했다. 프리토 레이 스낵(과자) 유통망을 활용해 해외 확장을 꾀했다.
결과는 코카콜라와 격차를 줄이지 못한 채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다.
코카콜라처럼 브랜드 자산에 장기적이고 일관된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제품 구색갖추기와 유통망 확충엔 성공했을지 몰라도 코카콜라처럼 소비자 인식속에 ‘유일무이’로 각인되는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지 못한 게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사례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삼양식품이 최근 시가총액 1위 음식료기업으로 급성장한 이유 역시 브랜드 자산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불닭볶으면이 처음 나온 2012년이나 세계적으로 열풍인 지금도 국내 경쟁업체 미투(따라하기) 제품 출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닭인기는 꺾일 줄 모른다. 소비자 인식 속에 불닭은 이미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단순 제품복제로는 대체할 수 없다.
한 연구원은 “모방이 쉽고 빠른 한국 음식료기업에게 익숙치 않겠지만 브랜드 자산은 단기간에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장기적 투자와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 인식속에 각인돼야 하는 전략전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음식료기업들은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지만 그나마 삼양식품은 조금이나마 간파하고 있었던 셈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