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대면진료가 미래 성장동력이 되려면
비대면진료를 법제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부터 6년간 한시적 시범사업에 머물렀던 비대면진료가 마침내 안정적인 법적 토대를 갖추게 된다. 지난 6년간 비대면진료 중개서비스는 하나의 새로운 의료전달체계로 자리 잡았다.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서비스를 유지하며 감염병 확산을 억제했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의료 선택권을 넓혔다.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되면 ‘새롭게 정해진 기준’을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하고 관리·감독할지가 핵심 과제가 된다. IT 기반의 시스템과 기술적 보조가 필연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대면진료 중개서비스는 비대면진료의 안착과 안정적 운영, 국민적 신뢰·편의성 확보를 위한 ‘파트너’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비대면진료 중개서비스를 ‘규제’나 ‘배척’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어 아쉽다.
전자의무기록(EMR) 도입 당시를 돌아보자. 정부가 종이차트를 전산화하며 의료정보화 사업을 추진하자 의료계는 “의무기록은 법적 증빙이므로 전자화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민간기업이 참여하자 “의료데이터의 상업화와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바탕으로 선택권 넓혀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정부가 EMR 표준화와 공공인증제를 도입하면서 ‘민간이 시스템을 만들되 공공이 표준을 정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한 결과 EMR은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의료 효율성과 질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의료데이터는 국가의 자산으로 축적되었다. 국민이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바로 이 경험이 오늘날 우리나라가 디지털헬스·AI 의료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토대다.
비대면진료 중개서비스 역시 EMR과 같은 경로를 밟게 될 것이다. 제도적 기반과 관리체계가 마련되면 의료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의사는 더 효율적으로 진료하고 환자는 더 쉽게 의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규제’가 아니라 ‘제도적 육성’이다. 의료의 공공성과 안전성은 법과 시스템으로 담보하되 기술혁신과 효율성은 민간이 담당하는 ‘공공 표준–민간 혁신’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다만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일부 법안은 비대면진료 중개사업자에게 모호하고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우려된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 오·남용을 조장하는 행위 금지’라는 포괄적인 표현은 무엇이 오·남용을 조장하는 행위인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현황 통계의 분기별 보고’ 조항 역시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사업자에게 정기적 통계 제출을 강제하는 것으로 해당 정보가 정보공개 절차 등을 통해 외부에 간접 노출될 경우 사업자의 핵심 영업정보의 비밀 침해와 공정경쟁 질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민간 서비스에 대한 자료 제출이나 조사 요구는 예외적이고 명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정부 할 일은 ‘규제’ 아닌 ‘제도적 육성’
산업계에 자율규제를 통한 혁신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정부와 국회가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도권 내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공-민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비대면진료 중개서비스는 국가 의료경쟁력과 신산업 확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