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 진입하려면

2026-05-14 13:00:15 게재

방사선에 오염된 원자력발전소가 한국 최초로 해체되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수명이 다 돼 영구정지된 한국의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을 개시, 현재 석면 등 보온재를 제거하고 있는 중이다.

원전해체는 단순한 설비철거와 다르다. 방사선에 오염된 기기와 토양 등을 안전하게 처리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산업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한수원은 이번 해체 경험을 다른 원전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표준공정으로 축적, 글로벌 원전해체시장 진출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도전하는 한수원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다 돼 2007년 한차례의 수명 연장을 거쳐 40년 동안 전기를 생산한 뒤 2017년 영구 정지됐다. 지난해 6월 해체 승인이 나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해체를 위한 점검이 진행됐다. 한수원은 올해 하반기에 배관 철거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마지막 부지 복원까지 끝나는 시점은 2037년으로 약 12년이 걸린다. 해체비용은 1조 713억원이 든다.

해체작업은 방사선 영향이 없는 터빈·발전기 등 ‘비방사성 구역’부터 먼저 걷어내고, 방사선 오염 설비는 나중에 철거된다. 비방사성 구역은 올해 하반기부터 바깥 작은 설비부터 해체한 뒤 연말께 터빈과 발전기 해체가 시작된다. 원자로와 냉각계통, 증기발생기, 격납건물 등 방사선 오염설비는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습식 저장소로 옮긴 뒤 해체된다.

이번 해체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국은 글로벌 원전해체 공사 입찰에서 강자로 군림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원은 이 사업을 통해 건설·운영·해체를 아우르는 전 주기 역량을 확보, 세계 원전시장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염 제거, 시설 절단, 원자로 내부구조물 해체 등 모든 작업이 해체 산업의 원천기술이 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영구정지된 원전은 현재 215기에 달한다. 이 중 25기가 해체 완료됐다. 운전 중인 원전 중에서도 가동연수(2025년 3월 기준)가 50년 이상인 원전이 44기(10.6%), 40년 이상은 190기(45.7%)나 돼 해체대상은 점차 더 늘어날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세계에서 최대 588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될 것으로 추산했다.

원전 한기당 해체 비용이 약 1조 원이란 점을 감안할 때 2050년까지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2030년대부터 약 10조원 가량의 원전해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추산된다. 2029년까지 설계수명을 다하는 국내 원전이 총 12기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원전해체 작업을 해본 국가는 전세계에서 미국 일본 독일 스페인 스웨덴 슬로바키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국내 원전해체 관련 업체는 모두 106곳에 달한다. 주요 건설사를 비롯해 원전 주기기 제작이 가능한 두산에너빌리티, 방사성 폐기물 처리 기술을 확보한 오르비텍 등이 대표적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2015년에 전체 해체 기술을 분류해 보니 한국이 확보하지 못한 기술이 총 58개 중 17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신청 뒤 약 6년간 해체를 위한 기초 기술 개발을 완료, 이젠 상당 수의 해체 기술을 자체 확보했다”고 밝히고 “이번 해체작업에 국내 기술을 대거 사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원전해체는 안전성 확보가 최대 과제다. 따라서 고도의 기술과 장기간의 관리가 요구된다. 해체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과 폐기물 처리 문제, 작업자 피폭 위험 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과정에서 오염수 처리와 정보공개 문제로 국제적 논란을 겪었고 독일 역시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해체를 진행하면서 막대한 비용 증가와 폐기물 처리 문제에 직면하는 등 난제 해결이 현재진행형이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이 세계적인 모범 사례 되기를

원전해체는 무엇보다도 투명한 정보공개와 신뢰확보가 최우선시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과 국제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 마땅히 모든 해체과정이 원자력 안전 정보 공개 범위에 포함돼야 하겠다. 방사선 관리와 폐기물 처리, 작업자 안전관리 등 주요 정보가 충분히 공개돼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이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