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이란 다음은 대만인가

2026-05-14 13:00:08 게재

다음 차례는 대만일까? 글로벌 지정학 충돌 때마다 등장하는 이 질문은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홍콩 민주화 진압 당시에도 대만은 ‘다음 차례’로 거론됐다. 최근 이란 전선이 장기화되면서 시선은 다시 대만해협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전장은 대만’이라는 해석은 국제정세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이 같은 인식에는 두가지 해석이 혼재한다. 하나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정리한 뒤 압박의 중심을 대만으로 옮긴다는 ‘전선 이동론’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이란에 묶여 있는 틈을 이용해 중국이 대만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략적 기회의 창’ 논리다.

그러나 전자는 현실성이 낮고, 후자도 전면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기본 접근은 단기 결전이 아니라 장기적 압박과 영향력 확대에 있다.

‘상시 위기’에서 ‘관리된 경쟁’으로

중동과 대만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에너지의 병목(choke point)이라면, 대만해협은 반도체와 해상 물류의 병목이다. 미국의 이란 타격 과정에서 중국의 에너지 취약성과 해상 루트 의존성이 부각되었다. 그래서 이란 전선은 미중경쟁의 간접 전장이다.

그런데 국제질서는 ‘이란 다음 대만’이라는 순차 구조가 아니다. 중동 대만해협 남중국해 한반도는 동시에 작동하는 다중위기 체계이며, 위기는 이동하기보다 중첩된다. 여기에 일본이 ‘대만 유사’를 ‘존립위기’로 간주해 자위권을 연동시키면서, 대만 문제는 미중 양자를 넘어 미일동맹이 개입된 다자 안보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 변화는 위기의 성격을 바꾼다. 대만 유사시는 ‘중국 대 대만’을 넘어 ‘중국 대 해양연합’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서남부 도서와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는 대만과 연계된 하나의 작전 공간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위기는 남중국해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만은 ‘다음 전장’이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상시 위기의 현장’이다. 미중관계는 긴장이 축적되고 관리되는 구조 속에서 충돌을 억제하는 ‘관리된 경쟁’으로 수렴하고 있다. 양국 정상외교 역시 갈등해소보다 통제 가능한 수준의 관리에 초점을 두며, 대만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이 구조는 억지와 불안을 동시에 강화한다. 일본의 개입 가능성은 억지력을 높이면서도 충돌 시 확전을 부추기는 변수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만 압박은 동중국해를 포함한 다층 전선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전략은 전면전보다 회색지대 압박에 있다. 군사적·비군사적 수단, 경제제재, 사이버 작전이 결합되었으며 최근에는 봉쇄보다 ‘검역 통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해경과 세관 권한을 활용해 대만의 해상·항공 연결을 제한할 경우 군사공격 없이도 대만을 사실상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력 공격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 명분이 약하고, 민간 해운사와 보험시장이 위험을 회피하면 통제효과는 더욱 커진다.

‘2027년 대만 침공설’도 전쟁 시점이 아니라 군사 능력 확보 목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중 전면충돌은 상호 파멸적이기 때문에 현실적 귀결은 승패가 아닌 현상유지다. 미국 저명 연구소들의 수 차례 워게임 분석에서도 승자 없이 피해만 극대화되는 결과가 도출된다.

대만 내부 여론도 정체성은 독립이지만 현실적 선택은 현상유지를 선호한다. 결국 미중은 경쟁을 지속하면서 충돌을 회피하는 ‘관리된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상호 ‘지지 않기’ 게임의 결과는 무승부다.

문제는 이와 같은 구조가 위험을 줄이기보다 축적한다는 점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교훈처럼 위기관리 실패는 작은 충돌을 전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 대만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장 위험한 발화점이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지만 우발적 충돌 위험은 상존하며, 그 범위는 미일동맹까지 포함하는 다자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연루 위험 줄이고 경제 충격 최소화해야

한국의 입지는 더욱 복합적이다. 대만해협 위기는 동맹 공급망 해상물류 일본변수와 결합되며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 변수까지 더해지며 위험은 이중화 된다.

따라서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다. 연루 위험을 최소화하고 경제안보 충격을 완화하는 전략 대응이 필요하다. 반도체 에너지 해운 금융 사이버를 아우르는 전방위 위기관리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대만은 ‘다음 전쟁’의 무대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위기구조의 중심이다. 핵심은 전쟁 여부가 아니라 상시화 된 위기를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하느냐다.

신봉섭 전 중국 심양주재 총영사 국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