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칼럼

대통령실과 여당의 이유 있는 디커플링

2025-10-21 13:00:08 게재

최근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의 관계에 삐걱거린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여권에서 대통령과 민주당은 한팀이라고 강조하는 자체가 일사불란하지 않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지난 8월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여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연이틀 필리버스터를 펼치는 장면이 언론을 장식하면서 대통령의 대미 활동과 성과를 홍보하는데 적잖은 방해를 받았다. 여권 일각에서는 촌각을 다투는 법안들도 아닌데 대통령 방미 기간을 피하는 것이 현명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 국정운영 방식에 차이를 보인 것은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직후부터다.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여야 협치를 도모하겠다고 했지만 정 대표는 내란척결과 강력한 개혁추진이 취임일성이었다. 대통령실은 ‘복수와 보복이 아닌 올바른 방식’의 개혁을 주문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청 폐지와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가시화되었다.

얼마전 친명 핵심인 김영진 의원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당·정간 정책 추진 강도와 속도에 차이가 우려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소위 개딸들도 민주당의 조급한 개혁추진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심지어 정청래 당대표도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겨냥해 국감을 소란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계속되는 엇박자

하지만 국정감사 이전부터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현재까지 정치뉴스의 초점은 법사위에 쏠려 있다. 추 위원장은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오전 내내 조대희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락지 않았고 이튿날 대법원에 대한 현장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를 주도했다. 야당의 강한 반발과 사회적 우려가 팽배해지는 정치흐름이 이어지고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서 벗어난 상황이 대통령실은 불편하기 이를데 없다.

정청래 당대표는 취임하면서 “싸움은 제가 할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십시오”라며 역할 분담에 기반한 이중플레이 전략을 언급했다. 이후 한동안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개혁에 대한 온도차를 소위 굿캅과 배드캅으로 해석했지만 계속해서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실의 우려와 경고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과 민주당의 계속되는 엇박자를 두고 취임한 지 넉 달만에 벌써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취약해졌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여당에 대해 절대적 지배력을 가졌던 것과 비교하면 낯선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쏠린 과도한 권력집중이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이기 때문에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면 여당이 대통령과 다른 횡보를 하는 것을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라고 볼 이유는 없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과 여당이 결이 다른 국면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낯선 것이며, 오랫동안 잘못된 관행을 정상으로 인식하는 착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지도부의 지향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임제 하에서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추진해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 두드러진 업적을 쌓아 역사에 기록되기를 원한다. 여당 지도부는 다가올 선거의 승리가 1차 목표다. 따라서 지지집단의 요구에 반응하며 이들의 지지를 공고히 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다음으로 잠재적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동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만일 여당이 대통령으로부터 자율성을 갖는다면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하는데 반해 정당지도부는 유리한 쟁점을 부각해 상대 정당을 압도하려 할 것이다.

예측하건데 현재 수준 정도의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불협화음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내란세력 척결과 당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는 주장을 선거 이슈로까지 끌고 가는 것이 필승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 이슈를 재가공하고 확대할 것이다. 한편 이슈의 주도권이 민주당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도 민주당 지도부를 강하게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

불협화음 지방선거 때까지 지속될 듯

검찰해체와 사법부 개혁뿐 아니라 국민의힘 정당해산까지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지난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명분의 근거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모든 공약에 동의해서 선거에서 표를 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가 하락하는 추세가 현재 민주당에 대한 평가라고 보는 것이 옳다.

지난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대통령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도 차이가 17%p로 지금까지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자칫 민주당 지지의 하락이 대통령 지지의 하락까지 가져오는 상황이 된다면 대통령실은 현재와 같은 디커플링 관계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현우 서강대학교 교수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