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벨과학상만 27명째 수상…“문제는 앞으로가 걱정”

2025-10-21 13:00:17 게재

올해만 화학상·생리의학상 받아…

최근 국제적 논문 인용 등 기초과학 저조

올해 노벨과학상 분야에 두명의 일본인이 선정됐다. 일본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배출했다. 과학분야 노벨상만 27명째다. 특히 올해는 10년 만에 한해에 두명이 노벨상을 받으면서 축제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실적이 갈수록 저조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노벨상 수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나”라며 “일본의 연구실적이 쇠퇴하면서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명예교수가 지난 6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는 기초과학의 산실이 되어야 할 대학의 연구 환경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기타가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젊은 연구인력이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젊은 연구자들이 국내에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학 등의 교수나 연구자가 연간 직무시간 가운데 연구에 쏟는 시간은 32.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20년간 약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연구자들이 학교에서 각종 실무적인 업무 등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과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실험 데이터의 분석 등 연구자를 지원하는 보조역량이 충실한 연구기관이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고 있다”면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충분한 예산 지원과 함께 연구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임교수가 지난 8일 노벨화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명예교수도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일본의 연구자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각종 선거에서도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을 놓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분야 연구자들 내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갈수록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예컨대 정부의 운영비 지원을 받는 국립대 교부금은 올해 약 1조780억엔(약 10조원)으로 20년 전에 비해 13% 감소했다. 최근 감소 추세가 둔화했지만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연구비 규모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일본의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환경이 악화하면서 연구실적도 저조하다. 문부과학성이 추계한 ‘과학기술지표 2025’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과학기술분야에서 인용되는 건수가 상위 10% 안에 들어가는 논문수가 일본은 2024년 기준 세계 13위에 불과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세계 4위 수준에서 크게 하락한 것으로 한국(9위)에 비해서도 밀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집권 자민당은 올해 8월 ‘논문 인용 상위 10%’ 국가 순위를 현재 13위에서 향후 10년 안에 3위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자민당은 이를 위해 △전략적인 중요 기술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 △2035년까지 연구개발지원액 2배로 상향 △인구 100만명당 박사학위 소지자 3배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6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사카대 사카구치 시몬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의 존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위원회는 또 지난 8일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천연가스 저장과 온실가스 분리 등의 분야에서 응용이 기대되는 ‘금속·유기 골격체’(MOF)의 구조를 만든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올해 일본에서 두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에 대해 “독창적 발상에 의한 진리의 발견이 세계로부터 인정받아 자랑스럽다”며 “일본 연구력의 탁월함이 평가받은 것이 국민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올해 두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지금까지 일본에서 태어난 뒤 외국 국적을 취득한 연구자 4명을 포함해 30번째 수장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단체 이름으로 수상한 ‘니혼 히단쿄’(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협의회)까지 포함하면 31번째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9명 △생리의학상 6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 1단체 등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아직 없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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