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국내 송환

2025-10-21 13:00:42 게재

현지서 화장, 경찰이 유족에 인계 … 시아누크빌 코리안데스크, 사실상 무산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 후 살해된 20대 대학생 박 모씨의 유해가 21일 국내로 송환됐다. 지난 8월 8일 숨진 채 발견된 지 74일 만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화장된 박씨 유해를 실은 대한항공 KE690편은 이날 오전 8시 4분쯤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전날 현지 공동 부검에 참여한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장이 유해를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에게 인계했다. 형사기동대장은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한다.

유족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는 나오지 않았다.

◆현지 부검, 장기 훼손은 없어 = 한국 경찰과 캄보디아 수사 당국은 전날 오전 프놈펜 센속에 있는 턱틀라사원 내부에서 박씨 시신을 합동으로 부검했다.

한국측에서는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장, 경북청 수사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의 3명,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 등 6명이 참여했다. 캄보디아측에서도 현지 경찰 담당자, 의사 등 6명이 부검에 참여했다.

부검은 오후 1시 30분까지 3시간가량 이뤄졌고, 오후 1시 40분쯤 화장 절차가 시작됐다.

박씨 사망이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한 국내 여론을 촉발한 만큼 캄보디아 당국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유해 송환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박씨 시신은 지난 8월부터 2개월 넘게 이 사원 내 안치실에 보관돼 있었다.

박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에 갔고, 현지 범죄 단지인 이른바 ‘웬치’에 감금돼 고문당했다. 이어 한 달도 안 된 지난 8월 8일 깜폿주 보코산 일대 차량 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이 박씨 시신을 발견할 당시 멍 자국과 상처 등 고문 흔적이 발견됐다. 다만 이날 공동 부검 결과 장기 등 시신 훼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30~40대 중국인 3명을 박씨 살해 혐의로 현지 법원에 기소하고, 이를 주도한 중국 동포 2명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국내에서 예정된 조직검사와 약·독물검사, 양국에서 진행 중인 수사 결과 등을 종합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양국 경찰, 24시간 핫라인 운영 = 20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찌어 뻐우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양자회담을 열고 ‘한-캄보디아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의 실질적 운영에 합의했다.

양측은 회담에서 한국, 캄보디아 경찰 간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고, 한국인 대상 스캠(사기) 범죄 적극 단속·공동조사 등에 대해 이번 주부터 신속하게 논의하기로 했다.

캄보디아는 국제경찰청장회의(IPS)에서 동남아 스캠범죄 대응을 위해 발족되는 국제공조협의체 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이 활동에는 공동조사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범죄 단지가 밀집한 시아누크빌 일대 코리안 데스크 설치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해 추후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코리안 데스크는 현지 경찰기관에 직접 파견돼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 제도다. 대사관이나 인터폴을 거치지 않고 현지 수사기관과 직접 협력하기 때문에 사건 대응 속도와 정보 공유·합동수사가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코리안 데스크가 설치된 국가는 태국·필리핀 두 곳뿐이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고 풍선효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캄보디아 이외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스캠 등 범죄가 확산할 경우 각국 경찰·정보당국과 공조를 강화하면서 경찰·영사 인력을 확충하는 등 관련 조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3일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이날 회의엔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외교부·법무부·경찰청·국정원 등 관계부처 고위 간부들이 참석했다.

◆송환 64명 중 58명 영장 청구 = 한편 캄보디아 사기 범죄 조직 가담 등의 혐의로 구금됐다 송환된 한국인 64명 중 58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앞서 경찰은 4명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석방했다. 또 검찰은 캄보디아에서 운영되는 투자 리딩방 등에 자신의 통장과 휴대전화 등을 제공한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영장을 신청한 1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가 단순 가담자를 넘어 조직 자금 관리에 관여했다고 봤으나 검찰은 구속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냈다.

경찰청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현재 이 중 48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전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미리 발부된 구속영장이 집행된 1명을 포함하면 현시점까지 구속된 송환자는 모두 49명이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 대상자인 10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의정부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3~4명으로부터 감금·폭행 등 피해를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다만, 감금 등 피해와 범행은 별개로 보고 수사 중이다.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선 송환 피의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