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들 “내란재판부 위헌 우려”
법사위 서울고법·관할지법 등 국감서 답변
“대법관 증원엔 공감대…신중한 접근 필요”
“대통령재판 가능…현실 아닌 이론적 견해”
일선 고등법원·지방법원장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해 위헌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사법개혁 방안의 하나로 발표된 대법관 증원(14명→26명)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와 별개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실 재판이 아닌 이론적 견해라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고법을 비롯한 고법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관할 지방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권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법원 외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건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법원장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대해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데 동의하느냐”는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같은 질문에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도 “위헌 소지가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배준현 수원고등법원장 역시 “같은 취지로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지난 13일 대법원 국감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필요성이 언급되자 헌법적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란 전담) 재판부를 구성해 환부만 빨리 도려내자는 게 이재명정부 방침이라 생각한다”는 박지원 의원의 얘기에 천 처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재판부 교체 취지에서 재판부를 만드는 건 법관들의 사법권 직접 관여·간섭이 될 수 있어 모든 법관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법원장들은 이날 발표된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안 중 하나인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김 법원장은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서는 “증원 자체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면서도 “증원 숫자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법원장도 “증원 필요성이나 그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대법관 증원 문제는 대법원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 법원장 역시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도 질의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사건 항소심 선고가 3월 26일 이뤄지고, 27일 검찰이 상고한 지 하루 만인 28일 대법원으로 사건 기록이 송부된 것과 관련해 “이런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김 법원장은 “선거범죄 사건이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그렇게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이런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하자 김 법원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서울고법의 자체 판단이냐. 대법원에서 관련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시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재판을 임기 중에 진행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파기환송심을 언제 마무리할 거냐.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추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재명정부 중에도 언제든 기일을 잡아서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묻자, 김 법원장은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송 의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거냐”고 하자, 김 법원장은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현직 대통령이 헌법상 소추받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해서 ‘재량사항이다. 진행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냐”고 확인을 구하자, 김 법원장은 “현실 재판이 아니고, 이론적으로 재판이 (소추에) 포함된다는 견해도 있고,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는 것”이라며 원론적 답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근거로 들며 기일을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일 ‘추후 지정’이란 재판 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법률상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 기일 지정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 등의 상황에서 기일을 추정해 두는 사례가 많다. 추정 상태가 되면 재판부가 기일을 다시 지정할 때까지 재판은 열리지 않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