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구속하고 윤석열 겨누나
순직해병특검 ‘수사외압’ 핵심 피의자 5명 구속영장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 수사 성패 가늠자 전망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결정된다.
이 전 장관 등의 구속 여부에 따라 의혹의 최고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향배도 달라질 전망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전날 이 전 장관과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외압 의혹은 지난 2023년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사망한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을 혐의자로 적시해 경찰에 이첩하려 하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은 보류·회수되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보직해임돼 항명죄로 기소됐으며, 국방부 조사본부로 사건이 이관돼 축소됐다는 게 골자다.
특검팀은 당시 국방부 수장이었던 이 전 장관이 수사외압 모든 단계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시 혹은 관여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용서류 무효,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모해위증, 공무상비밀누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다른 피의자들은 직권남용 혐의와 함께 단계별 관여 여부에 따라 혐의가 적용됐다. 사건기록 회수에 관여한 유 전 법무관리관과 김 전 검찰단장에게는 공용서류 무효 혐의가, 국방부 허위문서를 작성·배포한 박 전 보좌관에게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가 적용됐다.
채상병 순직사건 당시 해병대 최고 지휘관이었던 김 전 사령관에 대해선 박 대령의 보직해임을 지휘한 혐의가 적시됐다. 김 전 사령관과 박 전 보좌관은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받게 하기 위해 거짓을 증언한 모해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김 전 검찰단장과 유 전 관리관, 박 전 보좌관은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가 포함됐다. 이밖에 김 전 검찰단장과 김 전 사령관, 박 전 보좌관은 국회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가 추가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 사건은 작전 중 순직한 해병의 사망 원인을 밝히려한 해병대 수사단의 정당한 업무행위에 대해 대통령과 그 참모들 국방장관 및 국방부 관계자들, 군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중대한 공직범죄 사건”이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주요 피의자 5명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며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어 구속상태에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영장심사에서 특검팀은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 특검보는 “사건이 있은 지 상당기간이 지났고 그동안 주요 피의자들이 물적 증거들을 없앤 정황을 확인했다”며 “피의자들이 진술을 맞춘다든지 이런 상황이 계속돼왔고 그런 우려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심사는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직권남용 혐의는 공직자가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된다.
군대 내 사망사건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권이 있다는 점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기록 이첩 보류와 회수 지시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하는지 등을 놓고 그동안 논란이 있어왔다.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특검팀은 증거인멸이나 피의자간 진술 맞추기 가능성을 차단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 등 보완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의혹의 최고 정점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에서 시작됐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한 상태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마지막 단계의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 13일 윤 전 대통령에게 23일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측은 아직 특검에 출석 여부를 밝히거나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