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SM 시세조종’ 1심 무죄
법원 “별건 압박에 진술, 신빙성 낮다”
카카오·배재현도 무죄 ··· 검찰 항소 검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반면 별도로 기소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개매수 기간 중 대규모 장내매수 행위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며 “카카오측 매수 주문의 시간 간격·시점·방식 등을 종합할 때 이른바 ‘조종성 주문’과는 상당히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또 고가매수·물량소진 등 개별 주문 유형을 따져봐도 “정상적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고정시키려는 목적 실현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핵심 증거로 제시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정면으로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별건 수사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했고,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유일하다시피 한 공모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선고 도중에 “본건과 직접 관련성이 크지 않은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압박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으므로 지양돼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재판부는 당시 시장 상황도 언급하며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종료 이후에도 SM엔터 주가 상승 전망이 존재했고, 카카오의 매수 동기도 물량 확보 성격이 강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경영권 인수 필요성의 ‘절대성’과 공개매수 저지 목적·공모 성립을 모두 부정했다. 대량보유 보고(공시의무) 위반 부분 역시 ‘증명 부족’으로 무죄 결론냈다.
앞서 검찰은 김 창업자가 2023년 2월 하이브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주가를 설정·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며 기소했다.
선고 직후 김 창업자는 “오랜 시간 사실관계를 세심히 살펴준 재판부에 감사한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졌던 주가조작·시세조종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카카오측도 “2년 8개월간의 수사·재판 과정에서 기업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 판단으로 ‘시세조종 기업’이라는 오해가 부당했음이 확인됐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김 창업자와 카카오 법인 모두 무죄를 선고받아 카카오의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은 유지되게 됐다. 한편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