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끝난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전
삼성SDS, 땅값·보조금 등으로 전남 선택
전남, 표정관리 속 환영…광주 ‘부글부글’
치열한 각축이 예상됐던 국가 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유치전이 삼성SDS 컨소시엄 단독 참여로 싱겁게 끝났다. 삼성SDS가 선택한 전남도는 환영 입장문 발표마저 미루고 표정 관리에 들어간 반면 유치를 낙관했던 광주시는 충격 속에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2조5000억원 규모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자 모집 공모에 최종 입지를 전남으로 선택한 삼성SDS 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했다고 밝혔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1단계 기술·정책평가와 2단계 금융심사 등을 통해 오는 12월 AI컴퓨팅센터를 운영할 민간사업자로 지정될 예정이다. AI 세계 3대 강국 실현에 꼭 필요한 AI컴퓨팅센터는 오는 2028년까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 이상을 확보해 세계 수준의 AI 추론 환경을 조성한다. 삼성SDS는 3.3㎡ 당 50만원 미만인 부지 가격과 저렴한 전기요금, 1000억원에 이르는 투자 유치 보조금 등을 고려해 전남 해남·영암 기업도시(솔라시도)를 최종 입지로 선택했다. 특히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SK그룹이 전남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투자 협약을 맺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써 데이터센터 불모지 전남은 AI컴퓨팅센터와 오픈AI와 SK그룹 데이터센터, 미국 투자회사가 추진 중인 15조원 규모 AI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한데 묶어 국내 AI데이터센터 중심 거점으로 성장하게 됐다. 또 에너지산업과 연계한 든든한 주력산업을 꿰찰 전망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런 파급효과를 고려해 환영 입장문을 준비했지만 광주시 분위기 때문에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를 낙관했던 광주시는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 반영된 사업이 전남으로 가면서 충격을 더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0일 밤늦게 비상회의를 가진데 이어 21일 오전 9시 50분 눈물로 광주 선택을 호소했다. 광주시의회 등 20여개 기관·단체도 성명을 통해 광주 설립을 강조했다. 강 시장은 과기부 발표 이후 정치·경제·종교·대학과 5.18단체 등이 참여한 미래산업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선 정부와 삼성SDS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강 시장은 “삼성SDS가 마지막까지 함께하자는 약속을 저버리고 신청 열흘을 앞두고 전남으로 방향을 바꿨다”면서 “기업의 윤리와 신의가 무너졌다”고 직격했다. 이어 “광주는 GPU 즉시 투입과 완비된 AI 생태계 등 모든 조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다”면서 “정부가 국가사업을 기업의 경제 논리에 맡긴 것이 너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는 이 같은 입장을 이날 밤늦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전달했고, 정 대표는 22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 광주 국회의원들도 21일 밤늦게 긴급모임을 가졌다. 모임에 참석한 한 국회의원은 “정부와 당 정책위에 광주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조만간 후속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 민심이 들끓자 정치권에선 현재 가동 중인 AI데이터센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를 대폭 보강해 AI컴퓨팅센터와 함께 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