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유적 품은 암사동 전체가 복합문화공간
강동구 6000년 숨결 담은 선사문화축제
역사 가치+현대 감각 … 주민 참여로 승화
붉은 망토에 검은 고깔, 갈색 긴 조끼에 빗살무늬 토기 모양 부채, 온몸을 포대기처럼 감싼 흰색 겉옷에 금빛 반짝이, 파란 티셔츠와 청바지에 하늘색 깃발….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 암사동 신암초등학교. 각양각색 분장을 한 주민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동별로 모여 차림새를 확인하고 동작을 맞추는 등 분주하다. 서로를 거울 삼아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얼굴 장식도 금세 끝낸다. 그렇게 한시간 반 남짓. 운동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커다란 고대 동물과 빗살무늬 토기 등 상징물들이 먼저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곧 주민들도 동별로 줄을 지어 각각의 상징물을 뒤따른다.
22일 강동구에 따르면 ‘제30회 강동선사문화축제’가 사흘에 걸친 여정을 끝내고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6000년 전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역사적 가치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주민 참여로 승화시킨 잔치다.
암사동 전체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던 올해 축제 주제는 ‘6000년의 숨결, 100년의 빛, 30년의 울림’이다. 6000년 전 선사 문명부터 암사동 선사유적 발굴 100주년, 선사문화축제 30년까지 강동구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고 공감과 감동으로 세대를 잇는다는 의미다. 이수희 구청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강동의 여정을 상징한다”며 “선사 문명에서 시작된 강동은 이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화도시로 확장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7일 50만명으로 덩치가 커진 축제는 강동구 주민들 꿈과 희망을 빛으로 수놓았던 드론쇼로 화려한 서막을 열었다. 사흘 일정 가운데 축제를 가장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다름 아닌 주민들이다. 코로나19와 지하철 공사 등으로 중단됐던 거리행렬이 18일 오후 4시부터 6년만에 재개됐다. 물 불 흙 바람 4원소를 상징하는 정령인 매머드 시조새 코뿔소 검치호 조형물을 든 주민 1200여명이 뒤따르며 신암초부터 암사동 유적지까지 이어지는 1.5㎞ 거리를 가득 메웠다. 암사종합시장 앞에서는 동별로 한차례 공연을 펼쳤고 유적지에서 이수희 구청장의 춤과 구호를 끝으로 거리 행렬을 마무리 지었다.
행렬에 참가한 주민도 거리에서 맞이하는 주민도 환호 일색이었다. 암사3동 주민 최윤준(49)씨는 “동별 축제도 있지만 유적 발굴 100주년에 열리는 선사문화축제에 대한 주민들 기대가 컸다”며 “행렬에 참여하느라 관람할 수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만화영화 주인공 ‘엘사’로 분장한 배은희(56·천호3동)씨는 “주민자치회 위원과 주민단체 회원, 통장 등 50명이 매주 두차례씩 모여 연습을 했다”며 “드론쇼도 멋있고 각종 체험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주민들에 더해 암사유적지 일대를 형형색색 조형으로 물들인 ‘선사야행’이 선사시대와 현대가 교차되는 특별한 감동을 더했다. 강동선사노래자랑과 선사 락(樂) 페스티벌, 장애인 가족 축제와 강동구립예술단 공연 등이 축제에 열기를 더했고 선사 4종 올림픽 경기와 선사 바비큐 등 체험은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아우르며 세대간 소통의 장을 열었다. 특히 스페인 세고비아와 미국 앤아버 등 해외 교류 도시와 기관이 홍보관을 운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오는 24일까지 ‘야간 빛축제’가 여운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축제를 계기로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강동, 사람과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