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의혹’ 김건희 일가 수사 본격화
당선 축하편지·경찰인사 문건 실물 사라져
해병특검, 이종섭 이어 임성근도 구속영장
내란특검, 박성재 ‘위법성 인식’ 혐의 보강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 일가의 증거인멸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수사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들에 이어 해병대 채상병 사망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내란 특검팀은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혐의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 일가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김형근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김 여사 오빠의 장모 및 모친 사무실에서 발견된 물품과 재압수수색 전 빼돌려진 것으로 의심되는 물품 관련 수사와 함께 증거은닉, 증거인멸, 수사방해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월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 자택을 압수수색해 이우환 화백의 그림과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 다수의 귀금속을 확보했다. 각각 김상민 전 부장검사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공천과 인사청탁 대가로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는 물건들이다. 특검팀은 또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롤렉스 시계 등 고가의 귀금속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인사청탁과 함께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금거북이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이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한 것으로 보이는 당선 축하 편지와 경찰 인사 관련 문건도 발견했지만 압수수색 영장에 포함되지 않아 실물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우선 사진만 찍어두고 다시 영장을 발부받아 최씨 요양원에 갔을 때는 해당 물품이 없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각종 청탁 대가로 받은 물품을 은닉·인멸하는데 김 여사 일가가 적극 가담한 것으로 의심한다. 수사 경과에 따라 조만간 김진우씨와 그의 장모, 최씨 등을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와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023년 7월 집중 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당시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작전을 지시해 채상병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작전 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됐음에도 원소속 부대장으로서 지원하는 정도를 넘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등 임의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최진규 전 해병대 11포병 대대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날 청구됐다.
특검팀은 이에 앞서 20일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과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5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들은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순직사건 혐의자로 적시된 해병대 수사단 사건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회수해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사건을 축소하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기소하는 일련의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채상병 사건 관련 주요 피의자 7명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은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계엄 위법성 인식 여부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15일 ‘위법성 인식 여부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지난 18일 구상엽 전 법무부 법무실장에 이어 21일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소환조사했다. 구 전 실장은 계엄 당시 박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포고령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 국장은 계엄 당시 소집된 간부회의에서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했다고 한다.
박지영 특검보는 “영장 기각사유와 관련해서는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그런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부각할 수 있도록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증거를 추가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