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합리한 채권 추심, 채무자들은 용기와 희망 가져야

2025-10-23 13:00:02 게재

A씨는 2002년 B 대부업체로부터 200만원을 빌렸다. 이자율은 69%로 정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던 A씨는 제때 돈을 갚을 수 없었고 대부업체는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이행권고결정을 확정받았다. 이후 B 대부업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돼 A씨에 대한 채권은 C 대부업체로 이전됐다. 2010년 C 대부업체는 A씨의 급여를 압류한 후 200만원이 넘는 돈을 추심해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취하했다. A씨는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높은 이자율 때문에 A씨의 채무는 모두 변제된 것이 아니었다. C 대부업체는 2012년 D 대부업체에게 남은 채권을 양도했고 D 대부업체는 2024년 또다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해 3300만원이 넘는 A씨의 급여채권에 대하여 추심했다.

돈을 빌린 지 20년이 넘게 지난 시점에서, 게다가 14년 전 이미 급여 압류 추심으로 빚이 모두 청산된 것으로 믿고 있다가 원금 200만원의 15배가 넘는 거액을 추심당한 것이다. A씨는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억울한 마음에 권리 구제를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는 했지만 청구취지를 특정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A씨는 법원의 소송구조를 받아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필자가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비상식적 대부업체의 추심

필자는 A씨의 하소연을 듣고 안타까운 처지에 공감이 갔다. 그리고 이미 한 번 집행된 부실채권을 아주 헐값에 매수한 후 10년이 넘도록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방치하다가 느닷없이 강제집행을 신청해 폭리를 취한 대부업체의 횡포를 바로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사건을 검토한 결과 비록 대부업체의 추심이 매우 비상식적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어쨌든 법원의 ‘이행권고결정’이라는 집행권원이 있었고, 또 당사자가 약정한 이자율이 무척 높지만 최초 계약 당시의 대부업법이나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율’의 범위 내에서 정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각도로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 사건을 풀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행권고결정문에 첨부된 최초 A씨에게 돈을 빌려 준 B 대부업체의 소장에 B 대부업체가 A씨에게 금전을 대여하면서 이자율을 연 69%로 정한 것에 더해 “관계법령 및 금융사정의 변경에 따라 변동된 이율을 적용”하기로 약정했음이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필자는 ①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은 확정판결과 달리 기판력이 없기 때문에 실체적 권리관계에 관한 재심리가 가능하다는 점 ②대부업법령이 수차례 개정되면서 A씨의 대여금에 적용될 수 있는 이율은 최초 대여계약 당시의 연 69%가 아니라 아무리 높게 잡아도 연 20% 내지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다행히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주어 부당이득 성립을 인정했다. 결국 A씨는 추심당한 금액의 절반이 넘는 약 18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법원, 대부업체의 관행에 경종

이번 판결은 과거의 고금리 규정을 이용해 비상식적인 추심을 이어 온 대부업체의 관행에 경종을 울려주었다. 악질적인 추심으로 장기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채무자들은 희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A씨처럼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채무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합법을 가장한 불합리 속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용기를 잃지 말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쟁취하기를 희망한다.

이상화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포항출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