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받던 사망보험금, 연금으로 변신

2025-10-23 13:00:01 게재

금융위 유동화 시동 …요양사업 탄력 기대

가난한 노인 줄고, 현금유통도 늘어날 듯

사망 후 유족에게 지급되던 사망보험금이 생전에 연금처럼 지급된다.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가난한 노인’ 문제를 해결하고 보험금이나 치매머니 등 묶여 있던 현금이 유통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사망보험금을 생전 활용 가능한 연금자산으로 유동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화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의 유동화 대상 계약은 41만건, 가입금액은 23조원에 달한다. 5개 보험사는 23일부터 유동화 계약 보유 고객들에게 개별 안내를 시작한다. 나머지 보험사들이 참여하는 내년 1월이면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은 75만건 35조원으로 추정된다.

경제활동을 왕성히 할 당시 보험료를 내던 계약자들이 은퇴 후 나이가 들면서 수입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특히 은퇴는 빨라지고 기대여명(수명)이 늘어나면서 준비해 둔 은퇴자금은 빠르게 소진된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망보험금에 주목했다. 사망보험금을 당겨서 연금처럼 지급할 경우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사망보험금을 수천만원씩 묵혀둔 이들에게 연금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은 종신보험을 가지고 있는 55세 이상 계약자들이다. 소득이나 재산요건 상관없이 사망보험금 9억원 이하의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계약자와 피보험자는 동일해야 한다. 계약기간 10년 이상, 납입기간 10년 이상으로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상태이고,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어야 한다. 유동화율은 최대 90%이다. 사망보험금이 1억원이라면 최대 9000만원 이내 신청이 가능하다. 9000만원을 쪼개 월 연금식으로 받고, 사망하면 나머지 1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이 유족에게 지급된다.

금융위는 △40세 여성 △매달 15만6000원 보험료를 10년간 1872만원을 납입 △확정 이율 7.5% △사망보험금 1억원 등의 조건을 적용한 보험계약을 예로 들었다. 이 여성이 55세에 20년간 90% 유동화를 선택하면 매달 12만7000원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 만기인 75세 전 사망했다면 나머지 잔액과 사망보험금 1000만원이 유족에게 지급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연금형 외에 서비스형 상품도 보험사들이 순차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거나 병원 진료 및 치료 등을 받고 있다면 요양시설 입소비용이나 건강관리 서비스 비용 일부를 충당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요양산업 분야가 성장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를 앞세운 상당수 생명보험사들은 요양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요양원을 짓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4개사는 오는 30일을 전후해 사망보험금 유동화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금융위 발표에 앞서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가능한 신상품 ‘하나로H종신보험’을 지난 1일 내놨다. 35세 남성이 3000만원 가입기준으로 10년간 보험료를 납입(완납)하면 55세 시점에 초기 10년간 367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나머지 생명보험사들은 내년 1월 2일 출시한다. 또 현금화가 아닌 요양원이나 의료서비스로 바로 지급이 되는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가능해진다. 특히 현금이 부족한 노인들이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활용할 경우 시중에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생활여건이 나아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서비스 도입에 따른 전산시스템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상당 부분 들어간다”며 “초기 정착을 위해 당분간은 대면으로만 유동화 서비스 신청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