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추억’ 되살리기

국힘, 또 ‘내로남불 카드’

2025-10-23 13:00:05 게재

문재인정부 시절 내로남불 공세에 28회 부동산 대책 무력화

국힘, 김병기·이상경 겨냥해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공격

여권 인사 상당수 강남 3구에 주택 보유 … 야당 공세에 취약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며 “빚내서 집 사는 게 맞냐며 내 집 마련의 꿈을 비난했던 여당 원내대표는 이미 초고가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고, ‘집값 떨어지면 사면 된다’며 국민 마음을 우롱한 이상경 국토부 차관은 갭투자로 막대한 부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여권이 고강도 규제를 통해 서민과 청년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자신들은 이미 갭투자를 통해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 이른바 내로남불 프레임이다. 발언을 하는 장 대표 뒤편에는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고 적힌 현수막을 걸어, 내로남불 프레임을 거듭 강조했다.

발언하는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국민의힘이 내로남불 프레임을 꺼낸 건 ‘문재인정부의 추억’으로 읽힌다. 문재인정부 당시 28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당시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보유가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히면서 번번이 동력을 잃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구역 상가건물을 16억원의 부채를 안고 25억7000만원에 매입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강남과 잠실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1주택을 제외하고 처분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사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초 아파트와 청주 아파트 중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는 등 내로남불 공세를 피하지 못하면서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까지 무력해진 것이다. 부동산 대응에 실패한 문재인정부는 민심과 멀어지면서 결국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의 추억’을 되살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집중공략하고 나섰다. 김효인 국민의힘 대변인은 22일 ‘집값이 내리면 그때 사라’고 발언한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을 겨냥해 “56억원대 자산과 배우자 명의 30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한 고위 관료가, 대출 규제로 주거 사다리를 끊어놓고 ‘기회는 돌아온다’는 말장난을 한 것은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며 “규제 전에 자기 집은 정리하고 재개발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이익을 챙기면서, 서민의 동일한 시도는 투기로 낙인찍는 태도는 명백한 위선”이라고 맹비판했다.

내로남불 프레임의 파괴력을 우려한 민주당은 이 차관의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다. 이 차관 본인도 23일 “정책을 소상하게 설명하는 유튜브 방송 대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이 차관의 사과는 내로남불 공세를 피하려는 대응으로 읽히지만, 근본적 대책은 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10.15 부동산 대책에 앞서 이미 갭투자 등을 통해 강남 3구 주택을 마련한 정부와 민주당 인사가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24년 말 기준 국회의원 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은 20명에 달한다.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다주택 민주당 의원도 27명으로 집계됐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이재명정부 대통령실 참모 31명의 재산 현황을 보면 1/3을 넘는 11명이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호 보도지원비서관은 강남구 대치동 다세대주택 6채(40억원)와 광진구 구의동 아파트(35억원)를 배우자와 공동으로 소유했다.

이태형 민정비서관은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23억5200만원)를 배우자와 공동 소유했으며, 장·차남 공동 명의의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22억9000만원)도 신고했다. 장·차남은 아파트를 보증금 11억8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권혁기 의전비서관은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아파트(26억5000만원)를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새로 매입했다. 권 비서관은 주택 매입을 위한 본인 명의 사인 간 채무 2억원, 배우자 명의 금융채무 12억7100만원을 함께 신고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